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레즈 더비’ 패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리그 최다 우승팀 맨유는 우승은 고사하고 4위를 새로운 목표로 내거는 상황에까지 내몰렸다. 역대급 졸전 행보에 맨유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맡는 조세 무리뉴(55)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 역시 들끓고 있다.
맨유는 17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18-2019 프리미어리그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1대 3으로 패했다. 전반 24분 선취골을 내준 후 9분 뒤 동점골을 만드는 데까진 성공했으나 후반 교체된 리버풀의 샤키리에게 2골을 내리 내주며 무릎을 꿇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각각 20회와 18회 우승한 리그 라이벌전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승부는 예상 외로 쉽게 갈렸다. 무엇보다 경기 내용이 좋지 못했다. 슈팅수 6대 36, 점유율 36%대 64%가 말해주듯 맨유가 일방적으로 밀렸다. 무리뉴 맨유 감독은 경기 후 “전반 20분까지 제대로 숨쉬기 힘들 정도로 강한 압박을 받았다”며 “상대가 우리보다 강했고, 모든 면에서 나았다”고 완패를 인정했다.
이날 경기에 패하면서 맨유는 7승 5무 5패(승점 26점)로 6위에 랭크됐다. 선두인 리버풀과의 승점 차이는 19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자격이 주어지는 4위 첼시와의 승점 차이는 11점이 됐다.
순위보다 더욱 문제인 것은 경기 내용이다. 맨유가 17라운드까지 치른 현 상황에서 기록한 승점 26점은 1990-1991시즌 이후 가장 낮다. 리버풀전에서 3골을 허용하면서 맨유가 올 시즌 허용한 골 역시 29골로 늘었다. 리그 경기를 절반 이상 남겨둔 상황에서 지난 시즌 전체 허용 골(28골)을 이미 넘어섰다. 같은 라운드 역대 성적을 비교하면 1962-1963시즌 56년 만에 가장 많은 골을 내줬다. 프리미어리그가 지금과 같은 체제로 바뀐 것이 1992-1993시즌임을 감안하면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최악의 흐름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무리뉴 감독은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물론 우리는 우승할 수 없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가능한) 4위로 시즌을 마칠 수는 있다”며 올 시즌 목표가 4위 진입임을 분명히 했다.
시즌이 거듭돼도 맨유의 성적이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자 무리뉴 감독 역시 알렉스 퍼거슨 감독 이후 부임한 감독들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퍼거슨 감독이 2012-2013시즌을 끝으로 물러난 후 2013-2014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데이비드 모예스는 첫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경질됐다. 맨유는 리그 7위로 해당 시즌을 마쳤다. 그 전까지 맨유가 프리미어리그 체제에서 기록한 최하 성적은 3위였다. 이후 네덜란드 출신의 루이스 판 할이 바통을 넘겨받았지만 첫 시즌 4위, 그 다음 시즌 5위로 역시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무리뉴 감독은 2016-2017시즌부터 팀을 맡아 유로파리그 우승, 지난 시즌 리그 준우승을 이끌며 반짝 부활 조짐을 보였으나 올 시즌 다시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맨유에서 뛰었던 게리 네빌은 “맨유는 리셋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리버풀전에서 리버풀 팬들이 무리뉴 경질을 반대하는 굴욕적인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가디언 등 현지 언론은 리버풀 팬들이 맨유와의 경기가 끝날 무렵 “무리뉴를 경질하지 말라(Don't sack Mourinho)”를 연호했다고 보도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