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북한의 한 해 청사진으로 대남·대미(對美) 정책뿐 아니라 내부 통치를 위한 구상이 담긴다. 내년 신년사에서는 비핵화나 대미 관련 전향적인 메시지가 나오기 어렵고, 경제 개발이 핵심 메시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올해 핵·경제 병진노선 대신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을 채택했으니 내년에도 경제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17일 “내년 신년사는 경제 문제를 가장 부각시킬 것”이라며 “지난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 노선을 공식 채택한 만큼 이 문제가 핵심 메시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도 “2020년에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성과를 발표해야 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대내 메시지는 경제에 집중될 것이고, 특히 미국과의 핵협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자력갱생을 더욱 강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최근 경제 분야의 자력갱생과 과업 성취를 강조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최근 북한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생각보다 북한 경제가 나쁘지 않다’고 들었다”며 “대북 제재로 김 위원장의 통치자금은 묶였지만, 장마당(시장) 물가와 식량 공급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북한 입장에선 미국의 압박을 버텨볼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은 핵협상에서 시간이 지체될수록 미국이 더 불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최근 북한 매체에서 미국에 시간으로 맞서겠다는 메시지가 나왔는데, 이는 제재 완화 등 미국의 상응조치가 없으면 북한도 버티기를 하겠다는 뜻”이라며 “이런 기조에서 신년사에 비핵화나 대미 관계에 대한 전향적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및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폐쇄와 미군 유해 송환 등 자신들이 취한 ‘선의의 조치’에 미국이 제재 완화로 응답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년사의 대남 메시지는 남북 간 합의사항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곤 교수는 “신년사에서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다시 언급하게 될 것”이라며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 정상의 합의에도 대북 제재로 인해 진행하지 못하는 사업들을 ‘우리민족끼리’ 진행하자고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정상화 요구가 언급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오는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열리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공식 준비를 위해 이번 주 북한에 선발대를 파견할 계획이다.
최승욱 이상헌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