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성과 연령대별로 따져보면 20대 남성의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낮다는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일자리 등 경제지표가 나쁜 상황에서 문재인정부의 정책이 자신들을 소외시킨다는 인식이 폭넓게 퍼진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현 정부의 여성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 수립이 오히려 남성을 배제한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는 지난 10~1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대통령 지지율이 29.4%를 기록했다고 17일 밝혔다. 가장 보수적이라고 평가되는 60대 이상 남성의 지지율(34.9%)보다 낮은 수치로 모든 연령대별 남녀 계층 중 최하위다.
반면 20대 여성은 가장 높은 지지율인 63.5%를 나타냈다. 문재인정부의 핵심 지지층으로 꼽히던 20대가 남녀로 갈려 정반대 지지율 분포를 보인 것이다. 지난 14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대통령 지지도는 20대 남성 38%, 여성 61%로 유난히 성별 격차가 컸다. 20대 남성은 대통령 직무뿐 아니라 정부의 대북·외교·경제·고용노동 정책 평가에서도 20대 여성보다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20대 남성이 현 정부에 등을 돌린 것은 취업 등 경제 문제가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리얼미터 권순정 실장은 “20대는 대부분 공부하고 있거나, 군대에 있거나, 처음으로 사회에 나오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갖고 있는데 (사회에 나오면서)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부닥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 정부 들어 부각된 각종 젠더 이슈들이 20대 남성을 이탈하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7일 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여성폭력방지기본법 등 ‘미투 법안’에 대한 반감이 대표적이다. ‘남성혐오에 면죄부를 준 여성폭력방지기본법 폐기를 촉구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3만8000여명이 참여했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한 문 대통령 집권 이후 각종 젠더 이슈가 공론화되자 일부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감도 거세졌다.
다만 지지율 하락을 ‘이영자’(20대·영남·자영업자) 이탈 현상으로 규정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는 해석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강훈식 의원은 “전체적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을 무겁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여론조사 응답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세대별, 성별로 나타나는 지지율에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20대 남성’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청년 문제’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청년위원장을 지낸 박홍근 의원은 “청년위원회는 ‘청년 당원’이 아닌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며 “청년위원회가 당내에서 입지를 다지는 수단이 아닌, 청년 문제를 인식하고 해소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민주당 청년위원회에서 이해찬 대표는 다음 총선에서 청년 비례대표제를 부활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