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가 강한 팀이 진정한 강팀이다.”
내년 시즌을 앞두고 한국프로야구(KBO)와 미국프로야구(MLB) 모두 1급 포수 구하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 야구 경기에서 가장 많은 플레이에 관여하는 포지션인 포수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포수는 투수 리드라는 전통 역할뿐 아니라 포구 및 블로킹 능력, 상대 도루를 저지하는 강한 어깨가 필수가 됐다. 여기에다 갈수록 수비뿐 아니라 공격능력도 필요한 팔방미인형 포수가 팀 승리에 기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수의 중요성은 가을야구의 꽃인 한국시리즈와 월드시리즈에서도 돋보였다. 지난해 KIA 타이거즈의 우승 요인 중 하나로는 SK 와이번스에서 넘어온 포수 김민식의 존재감이 꼽혔다. 매 시즌 KIA의 허점으로 지목된 포수 부문에서 김민식이 안정된 포구 및 도루저지 실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올해 LA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진 것은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투수 교체 실패가 가장 큰 이유로 불린다. 하지만 주전포수 야스마니 그랜달이 가을무대 내내 잇단 포구 실책과 타격 부진으로 신뢰감을 잃은 탓이 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해 창단 후 첫 꼴찌로 추락한 NC 다이노스가 자유계약선수(FA)인 양의지를 4년 125억원이라는 거금에 영입한 것은 시사한 바가 크다. 야구 특성상 FA 1명 영입으로 전력이 극대화되지 않음에도 아낌없이 투자할 정도로 포수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를 영입한 NC는 단숨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다른 팀들도 포수 수혈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불미스러운 일로 주전 포수 박동원을 잃은 넥센 히어로즈는 최근 삼성 라이온즈, SK와의 삼각트레이드로 이지영을 영입했다. 앞서 한화 이글스도 지난해 최재훈을 데려와 올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반대로 확실한 수준급 포수가 없는 팀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 강민호를 잃은 롯데는 전략적으로 육성한 나종덕(106경기 0.124)과 나원탁(20경기 0.125) 등이 올 시즌 크게 부진해 고민이다. 대체 선수도 눈에 띄지 않아 새로운 주전 찾기가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두산은 박세혁이라는 주전 후보가 있지만 양의지의 공백을 온전히 메울지는 미지수다.
이런 경향은 미국프로야구(MLB)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을야구에서 망신을 당한 야스마니 그랜달은 그러나 지난 시즌 24홈런을 친 파워 덕분에 포수 FA 최대어로 꼽힌다. 현지에서는 4년 6000만 달러 이상의 대박을 전망하고 있다. 뉴욕 메츠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FA가 된 윌슨 라모스(0.306 15홈런)와 17일(한국시간) 2년간 19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그랜달이 떠난 LA 다저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문턱에서 탈락한 탬파베이 레이스 등은 마이애미 말린스의 올스타 포수 J.T. 리얼무토(0.277 21홈런)를 노린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