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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 벨트’ 11곳, 새 성장엔진 달아 살린다



정부가 한국판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장지대)로 불리는 11개 지역에 새로운 산업을 키워 2만6000개 일자리를 만든다. 주력 제조업의 위기로 지역경제가 쇠퇴한 곳, 대기업 공장의 해외 이전으로 공동화 현상을 앓는 곳에 미래 성장엔진을 심는다는 전략이다.

광주는 전력산업과 공기산업 중심지로, 부산은 초소형 전기차와 전력반도체 생산기지로, 대구는 자율차 테스트베드(시험장)와 스마트섬유 거점으로 ‘맞춤형 육성’을 한다. 11개 지역에서 ‘광주형 일자리’ 같은 상생형 일자리 모델을 확대해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내년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핵심은 ‘제조업 르네상스’다. 지난해 7월 첫 대통령 업무보고에선 ‘에너지 전환’ ‘통상 마찰’을 꼽았었다. 한국 경제의 근간으로 눈을 돌린 셈이다.

제조업 되살리기는 절박하다. 제조업체가 밀집한 지역 산업단지의 분위기는 침체와 부진이라는 단어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조선·자동차산업 쇠퇴로 지역경제가 초토화된 전북 군산이 대표적이다. 2016년 8만6000명이던 군산 산업단지의 근로자는 올해 7월 5만2000명으로 39.5%나 급락했다. 군산뿐만이 아니다. 제조업을 뿌리로 하는 지역의 경제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국민일보 12월 10~17일자 ‘한국판 러스트 벨트, 해법을 찾아라’ 참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머리를 맞대고 핵심 제조업의 체질 전환을 해법으로 선택했다. 대상 지역은 전북 권역의 전주·군산·새만금, 부산·경남 권역의 함양·창원·부산, 광주·전남 권역의 광주·나주, 대구·경북 권역의 구미·대구·포항이다.

정부는 급격한 변화보다 기존 강점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조선·자동차산업 인프라와 인재가 갖춰진 군산에는 2개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중고차 수출 복합단지를 마련하고, 조선 기자재업체의 재생에너지 사업 진출을 지원한다. 조선 기자재를 만들다 세계 풍력터빈 시장에서 1위로 등장한 ‘태웅’의 사례를 군산에서도 만들겠다는 의도다. 인근 전주에는 수소버스·트럭 생산거점을 만든다. 자동차 협력업체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부산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재기 발판을 마련한다. 르노삼성차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와 전력반도체 위탁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밑그림을 그렸다. 가전제품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으로 어려움을 겪는 구미는 ‘홈 케어(Home Care) 가전’ 제조기지로 변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대구에는 자율주행차를 시범 운행하고 검증할 인프라를 갖춘다. 고부가가치 섬유제품 생산에도 박차를 가한다.

광주는 한국전력공사가 들어선 나주와 연계해 차세대 전력산업 중심지로 키운다. 동시에 미세먼지 증가로 수요가 늘고 있는 ‘공기산업’(에어 가전제품)의 생산거점으로 탈바꿈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산업부는 11개 지역의 활력 회복 프로젝트가 차질 없이 진행되면 2022년까지 2만6000개의 지역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중앙정부, 지자체, 기업이 합심하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확산시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생각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제조업 혁신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내년 중에 제조업 분야 일자리가 증가세로 돌아서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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