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 방한하는 비건 특별대표, ‘제재 면제’ 협의가 키워드

사진=권현구 기자


미국에서 비핵화 실무 협상을 책임지는 스티븐 비건(사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9~22일 한국을 방문해 정부 인사들과 연쇄 회담을 한다.

방한 키워드는 북핵 전략과 대북 제재다. 한·미는 좀처럼 진전이 없는 북·미 협상 상황을 공유하고 오는 26일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위한 제재 면제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비건 대표는 한국에 머물면서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이틀 연속 만난다. 20일엔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가, 21일엔 한·미 워킹그룹 2차 회의가 예정돼 있다.

워킹그룹 비핵화 세션에선 교착 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는 방안이 주로 논의될 전망이다. 북한은 최근 인권 문제까지 걸어 대북 제재망을 조이고 있는 미국을 향해 ‘비핵화로의 길이 영원히 막힐 수 있다’고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북한의 격앙된 분위기가 확인된 이후 열리는 한·미 협의인 만큼 이 본부장과 비건 대표는 제재 완화 조건에 대해 의견을 나눌 가능성이 있다.

지난 8월 말 임명된 비건 대표는 북핵 협상에서 상당한 권한을 위임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직 북한 카운터파트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는 만나지 못했다. 지난 네 차례 방한 때 판문점 접촉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워킹그룹 남북 관계 세션에선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과 이산가족 화상 상봉을 위한 제재 면제 논의가 핵심 의제다. 외교부 당국자는 18일 “착공식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행사에 수반되는 장비와 물자 등이 대북 제재와 관련이 있다”며 “이를 포함해 남북 간 여러 사업에 대한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건 대표는 워킹그룹 회의 전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따로 면담한다. 방한 기간 청와대 국가안보실 관계자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엔총회는 1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본회의를 열어 북한 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전원합의로 채택했다. 한국 정부는 61개 공동제안국의 일원으로 결의안 채택에 동의했다. 외교부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해 나간다는 기본 입장 하에 동참했다”고 설명했다.

결의안은 5년 연속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가장 책임 있는 자’에 대한 선별적 제재 검토 권고를 담았다. 가장 책임 있는 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본회의에서 “결의안에 언급된 인권 침해 사례는 몇몇 탈북자들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며 “전면 거부한다”고 밝혔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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