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성대하길래 철도 연결 착공식 7억, 통일부 “많은 액수 아니다”

경의선·동해선 철도 북측 구간에 대한 남북 공동조사에 투입됐던 우리 열차가 귀환한 18일 경기도 파주 도라산역에서 열차 안전점검이 진행되고 있다. 이 열차가 지난달 30일부터 18일간 북한에서 이동한 거리는 2600㎞에 달한다. 파주=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오는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진행하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공식 예산으로 7억원을 책정했다. 착공식에 남측은 장관급, 북측은 내각 부총리급이 참석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18일 제300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착공식 소요 경비를 7억200만원 이내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무대와 음향, 남측 인건비 및 교통비 등 행사 비용으로 6억원, 예비비와 세금으로 1억원을 책정했다. 남측 참석자들을 서울역에서 열차로 판문역까지 실어 나르는 방안이 검토 중이며, 이를 위해 코레일로부터 열차를 대여하는 비용이 행사 비용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통일부는 실제 소요 경비가 7억원보다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착공식 비용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남측 인원만 참석했던 2015년 8월 경원선 복원 기공식 행사 경비도 6억원이었다”며 “결코 많은 액수가 아니고, 의결된 비용을 다 지출하겠다는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착공식 행사 비용은 대부분 남측에서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는 “통일부로부터 북측의 착공식 비용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북측은 자기네 참석 인원의 이동 경비 정도만 지불할 것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북측에서는 지난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코레일 사장과 철도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했던 리용남 내각 부총리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착공식 참석이 예상된다. 남측에서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1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행사는 향후 여건 조성 시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착수해 나가자는 의지를 담은 ‘착수식’으로 추진된다”며 “착공식을 진행해도 실제 공사는 북한 비핵화 진전 상황 및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상황을 봐가며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철도 공동조사에 참여했던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의선·동해선 북측 구간의 선로나 노반은 전반적으로 양호했지만, 노후화로 인해 북측 열차가 저속으로 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의선의 경우 평양 이남은 시속 20~30㎞, 국제열차가 운행하는 평양에서 신의주까지는 시속 50~60㎞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한다. 화물열차 운행이 많은 동해선은 관리는 잘 됐지만 곡선구간과 터널이 많아 평균 시속이 30㎞ 안팎에 불과하다. 북한에서 가장 긴 철도 터널인 동해선 광주령차굴(4531m)에는 조명이 전혀 없다고 한다.

중국 철도는 남북 철도와 마찬가지로 표준궤도를 사용하고 있어 향후 북한을 거쳐 중국까지 연결하는 철도 시스템 구축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광궤도인 러시아 철도가 들어오는 나진~하산 구간(54㎞)에는 광궤도와 표준궤도가 혼합된 복합궤도가 설치돼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과 중국 및 러시아 간 궤도 시스템을 표준화하는 것이 중요한 협의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철도 공동조사에 참여했던 북측 관계자들은 우리 고속철도 기술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이 당국자는 “북측도 러시아 및 중국과 협력해 (철도를) 개설한 경험이 있어 나름의 생각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고속철도 건설에 관해) 희망적인 부분은 주고받았지만 기술적 상황에 대해서는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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