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을 마친 후 개인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여행을 갔던 고교 3학년생 10명이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이들 중 3명은 숨졌고 7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18일 오후 1시12분쯤 강원도 강릉시 저동의 한 펜션에서 단체 숙박 중이던 학생 10명이 의식을 잃고 있는 것을 업주가 발견했다. 1명은 병원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숨졌고, 2명은 강릉고려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심폐소생술 등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의식을 잃은 7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이 가운데 2명은 강원소방본부 항공대 헬기에 의해 원주기독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학생 1명이 치료 과정에서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등 이송 때보다는 다소 호전됐으나 여전히 학생들 모두가 의식이 약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발견 당시 학생들은 모두 입에 거품을 문 채 발견됐다. 또 학생들이 쓰러진 방에서는 토사물이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학생들이 머문 곳은 펜션 2층으로 4명은 거실, 2명은 방, 4명은 복층 옥탑방에서 각각 쓰러져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발견 당시 현장에서는 일산화탄소 농도가 정상 수치보다 8배 가까이 높았다”며 “일산화탄소 중독에 따른 사고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지만 현재로서는 타살이나 자살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고를 당한 학생들은 서울 은평구 대성고 3학년 남학생들로 보호자 동의를 받고 사고 전날 오후 3시45분쯤부터 단체 숙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도 이들이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해 여행을 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오후 9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비롯해 경찰청과 소방청, 강릉시, 가스안전공사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강릉시 농업기술센터에서 ‘강릉펜션 사망사고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유 부총리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우리 아이들이 변을 당해 정말 참담한 심정이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피해자 가족들께 깊은 위로를 드리며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사태 수습을 신속히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김한근 강릉시장을 본부장으로 강릉펜션 사망사고 대책본부를 꾸리기로 했다. 강릉시에 설치되는 사고 대책본부는 피해자 가족에 대한 심리치료, 환자 및 유족 이송 등 모든 상황을 총괄한다. 김 시장은 “유가족에 대한 위로와 환자 치료를 최우선에 두기로 했다”며 “환자 이송과 치료 등 모든 과정을 유가족과 대화, 협의를 통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강릉=서승진 안규영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