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일 년 중 태양이 가장 멀리 있는 ‘동지’




“꿈에라도 보고지고 구곡간장 다 녹을 제 장장추야 긴긴 밤을 이리하여 어이 샐꼬 잊으리라 애를 쓴들….” 민요 ‘창부타령’의 한 구절입니다. 장장추야(長長秋夜)라, 연정에 뒤척이는 야속한 긴 가을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론 님 오신 날 밤에 굽이굽이 펴리라.” 송도삼절 황진이는, 임을 위해 한 자락 뚝 떼어놓을 수 있을 만큼 동짓달 밤이 길다는군요.

오늘은 동지(冬至)입니다. 동지는 ‘겨울이 극에 이른 절기’란 뜻으로, 북반구에서 볼 때 태양이 가장 멀리 있어 일 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제일 길지요. 동지가 되면 쌀쌀한 음기가 극성한 가운데 따뜻한 양기가 돋고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다는 면에서 한 해의 처음으로 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동지를 아세(亞歲)라고도 하는데 ‘설 다음가는 새해’라는 뜻이지요. ‘으뜸 바로 아래’를 이르는 亞<버금>를 쓴 까닭입니다.

동짓날엔 동글동글한 찹쌀 새알심을 넣어 쑨 팥죽을 먹지요. 나이수대로 새알심을 먹기도 하고, 액(厄, 사나운 운수)을 막고 쫓으려는 생각에 예전 어른들은 장독대, 대문에 팥죽을 뿌리거나 그릇에 담아 놓았습니다.

악귀가 붉은 것을 싫어한다는 믿음으로 亞歲에 팥죽을 만든 것인데, 아기가 태어나면 붉은 고추를 새끼에 꿴 ‘금(禁)줄’을 대문에 걸고, 붉은 수수로 떡을 만들어 먹은 것도 연유가 같습니다.

粥. ‘죽’입니다. 쌀<米, 미> 죽이 보글보글 끓는 모양이지요. 조반석죽(朝飯夕粥). 아침에 밥, 저녁에는 죽이라는 뜻으로 가난한 살림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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