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에는 미세먼지까지 가세해 피부 보호에 적신호가 더욱 붉게 켜졌다. 푸석푸석하고, 당기고, 때로는 수분 부족으로 허옇게 각질이 일어나기도 하는 얼굴.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주름과 잡티 잔치를 하게 된다. 한겨울 피부 관리에는 앰플만한 게 없다. 에센스나 세럼보다 농도가 진해 영양과 수분을 듬뿍 더해 줄 앰플, 어떤 브랜드의 제품이 좋은지 국민 컨슈머리포트가 비교, 평가해봤다.
유통 경로별 베스트 제품 평가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앰플을 평가하기 위해 유통경로별로 베스트셀러 제품을 추천받았다. 백화점과 헬스&뷰티 스토어(올리브영), 온라인마켓(SK 플래닛 오픈마켓 11번가)에서 지난 11월 한달 동안 매출 베스트 제품(표 참조)을 추천받았다. 각 유통경로별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을 우선 골랐다. 백화점의 랑콤 ‘제니피끄 더블 드롭 앰플’(20㎖ 12만원), 올리브영의 블리블리 ‘히알루론산 물광 앰플’(40㎖ 4만 2000원), 11번가의 미샤 ‘타임 레볼루션 나이트 리페어 보랏빛 앰플’(50㎖ 2만 800원)을 평가대상에 넣었다. 이어 베스트셀러 중 최고가인 설화수 ‘명의본초 앰플’(8㎖×4 20만원)과 최저가인 BRTC ‘바이탈라이저 C-10 앰플’(50㎖ 1만9900원)을 추가했다. 가격은 지난 11일 추천 유통경로별 판매가 기준이다.
보습력 영양감 지속력 등 5개 항목 상대평가
앰플 평가는 고진영 애브뉴준오 원장, 김정숙 장안대 뷰티케어과 교수, 변윤선 임이석 테마피부과 원장, 최윤정 ‘생활 미용-그동안 화장품을 너무 많이 발랐어’(에프북) 저자(이상 가나다 순)가 맡았다.
브랜드가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했다. 5개 브랜드의 앰플을 일회용 용기에 담아 지난 12일 평가자들에게 보냈다. 평가는 발림성, 흡수력, 보습력, 영양감, 지속력 5개 항목을 기준으로 했다. 항목별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1차 종합평가를 했다. 이어 제품 성분을 알려주고 평가한 다음 가격을 공개하고 최종평가를 실시했다. 가장 좋은 제품에는 5점, 상대적으로 가장 떨어지는 제품에는 1점을 주는 상대평가로 진행했다.
성분 좋은 국산 제품이 ‘톱’
이번 앰플 평가에선 성분과 가성비가 우열을 갈랐다. 1차 평가에서 동점으로 1위를 차지한 3개 제품이 최종평가에서 2~4위로 내려앉았다. 2위였던 제품이 성분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으면서 1위로 올라섰다. 바로 그 주인공은 파워 인플루언서 임지현이 만든 ‘블리블리’의 ‘히알루론산 물광 앰플’(1050원=이하 ㎖당 가격)이다. 최종평점은 5점 만점(이하 동일)에 4.5점. 흡수력(2.3점)은 많이 처졌고, 보습력(3.0점)도 4위로 다른 제품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러나 영양감(3.2점)은 3위, 발림성(3.5점)과 지속력(3.5점)은 2위였다. 그 결과 1차 종합평가에선 3.2점으로 2위를 했다. 성분평가에서는 평가자 전원에게 최고점을 받으면서 5.0점 만점을 기록했다. 건성피부에 도움이 될 만한 성분들이 많이 함유된 점을 인정받았다. 민감한 피부에는 자극적인 에탄올,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있는 피이지 성분과 향료 등 문제 성분이 있긴 하지만 다른 제품에 비해 그 수와 양이 적어 최고점을 받는 행운을 누렸다. 가격도 합리적이어서 최종평가에서도 1위 자리를 지켰다. 김정숙 교수는 “부드럽게 발리고 피부에 밀착되며 끈적임이 없으면서 영양감이 좋고 오래 간다”면서 “다른 제품에 비해 유해성분이 적은 것도 장점”이라고 호평했다.
2위는 BRTC의 ‘바이탈라이저 C-10 앰플’(398원)이 차지했다. 최종평점은 4.0점. 영양감(2.8점)과 지속력(2.8점)은 처지는 편이었고 발림성(3.0점)은 중간 수준이었다. 보습력(3.5점)은 두 번째로 좋았고, 흡수력(4.0점)은 최고점을 받으면서 1차 종합평가(3.5점) 결과 1위를 했다. 그러나 성분평가(2.8점)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미백과 보습, 진정 효과가 있는 기능성 성분이 함유된 것은 장점이지만 계면활성제인 피이지 성분과 트리에탄올아민, 발암물질 논란이 있는 비에이치티와 페녹시에탄올 등이 문제성분으로 지적됐다. 평가대상 제품 중 최저가였던 BRTC 앰플은 뛰어난 가성비로 최종평가에서 한 계단 올라섰다. 최윤정씨는 “비타민C와 레티놀 성분이 들어 있어 자극적일 수 있지만 미백이나 안티에이징 효과는 가장 뛰어날 것 같다”면서 “민감한 피부가 아니라면 써볼 만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3위는 대표적인 ‘미투’ 제품인 미샤의 ‘타임 레볼루션 나이트 리페어 보랏빛 앰플’(416원). 최종평점은 2.5점. 항목별 평가에선 가장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발림성(4.0점)은 가장 좋았고, 흡수력(3.0점), 보습력(3.2점), 영양감(3.5점), 지속력(3.2점)도 평균 이상이었다. 그 결과 1차 종합평가(3.5점)에서 1위를 했으나 성분평가(1.0점)에서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평가자 전원에게 최하점을 받았다. 일단 성분이 너무 많다는 점이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각종 발효 성분과 미백 기능 성분인 나이아신아마이드, 주름 개선 기능성분인 아데노신 등은 좋은 성분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알레르기 유발 성분인 피이지와 피피지 성분, 비에이치티 성분, 방부제 성분인 페녹시에탄올 등 문제성분이 다른 제품에 비해 많았다. 가격은 저렴한 편이어서 최종평가에서 고가 유명 브랜드 앰플들을 따돌렸다. 김정숙 교수는 “부드럽게 잘 발리고 보습력과 지속력이 뛰어나며 향이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해서 좋다”면서도 “피부자극을 유발하는 성분들이 많다”고 아쉬워했다.
국내외 유명제품 나란히 하위권
4위는 설화수의 ‘명의본초 앰플’(6250원). 최종평점은 2.2점. 항목별 평가에서 편차가 가장 큰 제품이었다. 발림성(1.0점)과 흡수력(2.0점)이 5개 제품 중 가장 처졌다. 그러나 보습력(4.0점), 영양감(4.2점). 지속력(4.2점)에선 최고점을 받으면서 1차 종합평가(3.5점)에선 1위를 했다. 최고의 한방 브랜드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성분평가(2.8점)에서 3위로 떨어졌다. 한방성분과 보습성분은 인정받았으나 실리콘류, 각종 피이지 성분과 페녹시에탄올, 향료, 비에이치티 등이 문제 성분으로 지적받았다. 이번 평가 대상 중 최고가로 ㎖당 가격이 최저가의 15배가 넘는 설화수 앰플은 최종평가에서 한 계단 더 내려섰다. 고진영 원장은 “악건성 피부에게는 추천할 만하지만 아침에는 끈끈함이 남아 메이크업을 할 때 불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윤정씨는 “30대 이상이고 피부 트러블이 없다면 영양과 수분 보충용 앰플로 사용할 만하지만 트러블이 있거나 어린 분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5위는 랑콤의 ‘제니피끄 더블 드롭 앰플’(6000원). 최종평점은 1.8점.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라는 명성이 부끄러울 만한 평가를 받았다. 발림성(3.5점)과 흡수력(3.7점)은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앰플의 중요 기능인 보습력(1.3점), 영양감(1.3점), 지속력(1.3점) 모두 최하점을 받으면서 1차 종합평가(1.3점) 결과 꼴찌를 했다. 성분평가(3.4점)에서는 2위를 했다. 피부 정돈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발효 성분, 피부 재생에 도움이 되는 마데카소사이드, 각질 정돈 효과가 있는 시트릭애씨드 등은 좋은 성분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페녹시에탄올과 향료, 피피지, 피이지 등 나쁜 성분도 적지 않았다. 변윤선 원장은 “금방 날아가 콧물스킨과 다를 바가 없게 느껴졌다”면서 “제품의 향도 호불호가 갈릴 듯하고 가격도 너무나 비싸다”고 말했다. 산뜻한 타입으로 겨울보다는 여름철에 쓰는 게 낫겠지만 가성비가 낮아 추천하기는 어렵겠다고 평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