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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용백] 유전자 정보



1970, 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공포에 떨게 했던 연쇄살인범 ‘골든스테이트 킬러’가 첫 사건 발생 42년 만인 지난 4월 체포됐다. 이후 수십년 묵은 미제사건들의 범인들이 붙잡히면서 사건들이 해결되고 있다. 범인 검거엔 유전자 추적이 결정적이었고 온라인상에 공개된 DNA 족보 사이트가 활용됐다. 은퇴한 특허변호사 바바라 래-벤터 박사가 이 사이트를 이용해 경찰수사를 도왔다. 중국 과학자 허젠쿠이 교수는 지난달 25일 유전자가위로 유전자를 편집하는 유전체공학 기법을 써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저항성을 지닌 쌍둥이 여아를 건강하게 출생시켰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초 ‘맞춤아기’ 탄생이란 논란과 함께 과학계에 충격을 줬다. 국제 과학저널 ‘네이처’는 래-벤터 박사와 허젠쿠이 교수를 올해 10대 과학인물에 포함시켜 소개했다.

현대 과학기술은 유전자 실체를 파악하고 편집·합성 단계까지 나아가고 있다. 과학수사에 활용되는 것은 극히 작은 부분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인 생명공학(bio technology·BT)은 인공지능(AI)과 연계한 유전자 정보의 다양한 활용이 관건이다. BT는 인간게놈(human genome)지도를 토대로 의·약학, 생물학 등에서 획기적인 연구와 활용이 진행되도록 하고 있다. 미국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는 2013년 유전자 검사 뒤 유방암에 걸리지 않기 위해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았다. 모계에서 유방암을 발생시키는 ‘브라카1(BRCA1)’이란 유전자 변이를 자신에게서도 확인했기 때문이다.

유전자는 종종 정치적 신념이나 정체성을 드러내는 표현에 동원되기도 한다. 지난주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으로 국내 정치권에 유전자가 회자됐다. 논란 중인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윗선의 지시에 따른 주요 인물들의 동향 파악’ 문건이 잇달아 폭로되면서다.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 18일 민간인 사찰 의혹에 선을 그으며 “문재인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결백함을 표현하는 것이지만 변이의 가능성을 애써 외면하는 태도다. ‘운동권’ 유전자 등 문재인정부에 내재된 유전자들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정권의 유전자 정보를 스스로 말할 바엔 ‘포용’ ‘혁신’ 등 시의적절하고 귀가 솔깃할 정보가 낫지 않을까. 신뢰할 만한 노력과 과정이 뒷받침되면 더욱 좋겠다.

김용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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