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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컷] “너를 낳아서 너를 만나고 너를 만나서 사랑을 해”



눈대중으로 이쯤이면 책의 중간이겠거니 생각하며 책장을 펼쳤더니 저 사진이 등장했다. 동그란 얼굴에 바가지 머리를 하고 있는 소녀. 그 모습이 너무 앙증맞아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는데, 사진 옆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너를 낳아서 너를 만나고 너를 만나서 사랑을 해.”

‘영원히 아름다운 것만 만나기를’은 저 아이의 엄마인 다치바나 가오루씨가 쓴 에세이다. 일본 홋카이도에 사는 저자는 4년 전 저 소녀를 낳았다. 딸의 이름은 ‘요모기’. 일본에서 요모기는 만병통치약으로 통하는 쑥을 가리키는 단어인데, 저자는 자녀가 “많은 이에게 힘을 주는, 상냥하고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딸에게 요모기라는 이름을 선물했다고 한다.

요모기는 일본에서 1000명 중 3명꼴이라는 자택 출산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저자는 요모기가 웃고 울고 떼를 쓰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렇게 한 장씩 쌓인 사진을 엮어 완성한 작품이 이 책이다. 책장을 넘기고 있노라면 돌을 앞두고 케이크를 만들고, 딸에게 선물할 아담한 텐트를 설치하고, 걸음마 연습을 시키는 아름다운 장면이 차례로 등장한다.

출산과 육아와 관련된 일본의 전통문화를 자세하게 살필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이 선사하는 재미다. 예컨대 저자는 첫돌을 맞은 아이의 건강을 기원하며 ‘잇쇼모치’를 만든다. 일본에서는 쌀 한 되(약 1.8㎏)로 만든 떡 잇쇼모치를 아기가 짊어지면 평생 굶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미신이 있다. 저자는 너무 어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요모기가 떡이 무거워 울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요모기는 보자기에 싸인 떡을 메고 특유의 댄스까지 선보여 가족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어쩌면 별것 아닌 책처럼 여길 수 있지만 세상의 모든 부모가 겪는 이야기이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작품이다. 연말을 맞아 소중한 이들에게 선물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일 듯하다.

책의 중간쯤엔 이런 글귀가 등장한다. “나는 너의 내일이 궁금해. 너와 연결된 나의 내일도 궁금해.”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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