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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판문’ 새마을호 왕복승차권 운임은 1만4000원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열린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 관계자들이 ‘서울-평양’ 표지판 제막식을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판문역=사진공동취재단


착공식에 참석한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기자들의 취재에 손사래를 치는 모습. 판문역=사진공동취재단


영하의 북녘 칼바람이 몰아쳤지만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장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남북 참석자 200여명의 열기로 가득했다.

남측 참석자 100여명은 26일 오전 6시48분에 정부가 특별 편성한 새마을호 4201호를 타고 개성으로 향했다. 열차 밖에는 ‘판문-서울’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붙어 있었고, 참석자들은 ‘서울↔판문’이라고 새겨진 왕복승차권을 받았다. 승차권에는 1만4000원이 운임으로 기재돼 있었다.

판문역에는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가 북측 초청으로 와 있었는데, 남측 열차에서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대사가 모습을 드러내자 환하게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현장 통역사는 “러시아 행사가 아닌, 남북이 주최한 행사에서 러시아 대사들이 중간에서 만나는 것이 무척 신기하다는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착공식에 앞서 열린 환담장에서는 북측 주빈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남측 손님을 맞았다. 그는 남북 고위급 회담과 평창 동계올림픽 등을 언급하며 “1년을 돌아보니 시간이 참 빠르게 흘렀다”고 말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리 위원장은 철도와 도로 연결은 남북이 함께 가는 의미가 있고, 오늘 참여한 분들이 철도의 침목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착공식 기념사는 남측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북측에선 김윤혁 철도성 부상이 맡았다. 김 장관은 “70년 가까이 닫혀 있던 문을 열고 우리는 또 이렇게 한걸음을 내딛는다”며 “이제 철도는 시공간뿐 아니라 남과 북의 마음의 거리를 줄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상은 “착공식은 민족경제 발전과 유라시아 공동번영을 적극 추동하는 역사적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착공식은 침목 서명식, 궤도체결식, 도로표지판 제막식 순으로 진행됐다. 베일을 벗은 도로표지판은 왼쪽은 서울, 오른쪽은 평양을 가리켰다.

참석자들은 저마다 하나로 이어질 남북 철도와 도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개성 송악프라자에서 열린 오찬에서 “오늘 착공식을 계기로 남북 철도·도로 연결이 중단되지 않고 진행돼 여러분이 평양과 신의주, 중국과 몽골, 러시아, 유럽까지 갈 수 있는 날이 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철도가 빨리 이어져 시속 120㎞ 정도로 달릴 수 있는 철도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루빨리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활발하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당에서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옌 허시앙 중국 국가철도국 차관보는 “중국의 고속철도가 단둥까지 깔려 있기 때문에 평양을 거쳐 서울에 (기차로) 내려갈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북측 철도 관계자들이 ‘착공식 이후 후속작업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며 “철도·도로 연결 사업에 대한 북측의 관심이 상당했다”고 전했다. 북한 외무성 관계자는 중국 관계자에게 중국의 고속철도 길이가 세계 최장이냐고 묻기도 했다.

착공식에는 개성 출신 이산가족 김금옥(85) 할머니도 참석했다. 김 할머니는 “빨리 철도가 놓여 내가 다니던 학교도 찾아가본 후 하늘나라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판문역 공동취재단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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