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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철도 착공식… “상생의 대동맥” “남 눈치 봐서야”

김현미(위 사진 오른쪽)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윤혁(김 장관 왼쪽) 북한 철도성 부상이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열린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서 철도 침목에 서명하고 있다. 김 장관은 침목에 “함께하는 평화번영, 함께하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아래 사진 왼쪽), 김 부상은 “동·서해선 북남 철도 도로 련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기념하여”라고 적었다. 판문역=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 26일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열었다. 실제 공사에 들어가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되지만 대북 제재 틀 안에서 남북 협력사업의 기반을 다졌다는 의미가 있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의 전제이자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기본 토대다.

착공식은 판문역 앞 북측이 마련한 행사장에서 25분간 진행됐다. 남북 각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했다. 북측은 추운 날씨를 감안해 좌석마다 무릎담요와 핫팩을 배치했다.

남북은 철도·도로 연결에 큰 의미를 두면서도 서로 다른 데 방점을 찍었다.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은 착공사에서 “철도·도로 사업의 성과는 온 겨레의 정신력과 의지에 달려 있다”며 “남의 눈치를 보며 휘청거려서는 어느 때 가서도 민족이 원하는 통일연방을 실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부상은 “철도·도로 협력의 동력도 민족 내부에 있고 전진 속도도 민족의 의지와 시간표에 달려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위풍과 역풍에 흔들림 없이 똑바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 때문에 남북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동아시아 경제협력이라는 큰 그림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기념사에서 “남북을 이어준 동맥은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되어 우리의 경제지평을 대륙으로 넓혀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기업은 유라시아 횡단철도와 아시안 하이웨이를 통해 운송기간을 단축하고 물류비용을 절감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이를 통해 얻은 경제적 편익은 남북이 함께 향유할 것”이라고 했다.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의 북측 구간은 노반과 레일이 노후화돼 시속 30㎞ 안팎의 저속 운행만 가능한 것으로 최근 남북 공동조사 결과 확인됐다. 경제발전을 꾀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물류망의 중심인 철도 현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 역시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연결해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몽골횡단철도(TMR)를 거쳐 유럽까지 닿을 수 있는 연결망 구축에 기대가 크다. 남북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사업인 셈이다. 남북 도로 연결 역시 한반도 전역에 퍼져 있는 도로망을 정비하는 시작점으로 평가된다.

착공식에 참석한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는 “서울과 평양이 이어지면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바로 베이징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때 동행한 남측 재계 인사들에게 ‘냉면 목구멍’ 발언을 해 무례하다는 비판을 받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은 이날 공식 발언을 하지 않았다. 그는 남측 기자가 착공식 소회를 묻자 “감개가 무량하다”며 “(공사 시기는) 남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문역·통일부 공동취재단,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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