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시간을 벌기 위해 내년 상반기 영변 핵시설 폐쇄와 제재 완화를 주고받는 ‘미니 일괄 타결’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북·미가 대화 기조를 이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핵 합의를 이룰 것이란 관측이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는 27일 이런 내용이 담긴 ‘2019 국제정세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봉근 교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큰 합의는 어렵고 영변 핵시설에 대한 동결·폐쇄와 최소한의 검증, 이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렇게 해야 비로소 양측이 시간벌기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올해는 북·미 정상회담 자체가 큰 사건이었고 정치적 합의로 만족할 수 있었지만 내년에 실질적 성과가 없으면 (흐름이) 거꾸로 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미가 시간을 끌기 위해 최소한의 핵 합의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했다. 전 교수는 비핵화의 핵심인 핵 신고와 관련해 “우리는 양파를 잘라 단면을 보고 싶은데 북한은 껍질을 하나씩 벗기면서 보여주려 한다”며 “북한은 핵 신고를 주권 침해로 보는 독특한 판단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우선 교수는 한·미 간 현안인 제10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 ‘트럼프 변수’로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교수는 “한·미동맹의 근본에 회의를 품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개인적 관심을 갖고 뒤에서 강하게 푸시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한국인들이 수용할 수 있고 정치적으로도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타협을 해야 하는데 아직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상당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미는 올해 3월부터 이달까지 총 10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총액 등 핵심 쟁점에서 이견이 있어 연내 타결에 실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부자 나라 군대에 보조금을 지급해 불이익을 보지 않겠다”며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최 교수는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군대를 빼거나 한·미동맹을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과 연쇄 정상회담을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자외교 무대에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내년에 한국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그 무대로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 때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으로부터 김 위원장 초청 제안을 받고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권지혜 이상헌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