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의 미국 탐험가 콜린 오브래디가 세계 최초로 남극 대륙을 단독 횡단하는 데 성공했다. 오브래디는 어떤 외부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54일간 1489㎞에 달하는 남극 대륙 횡단을 완주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BBC방송 등은 26일(현지시간) 극지 탐험 역사에 신기원을 연 오브래디의 완주를 앞다퉈 보도했다. 극지 탐험 역사에서 1911년 인류 최초로 남극점에 도착한 노르웨이의 로알 아문센에 비견되는 업적이자 1997년 연을 이용한 짐 썰매를 끌고 횡단에 성공한 노르웨이의 뵈르게 오우슬란드의 성과를 능가하기 때문이다. 2016년 영국의 특수부대 출신 탐험가 헨리 워슬리는 남극 목표지점을 얼마 앞두고 숨졌다.
오브래디는 지난달 3일 시작점인 론 빙붕을 출발해 매일 12~13시간 무게 170㎏의 짐 썰매를 직접 끌었다. 짐에는 횡단 도중 먹을 음식과 잠잘 수 있는 텐트·침낭 등이 있었다. 물은 얼음이나 눈을 녹여 마셨다.
오브래디는 25일 아침 마지막 거점을 출발해 32시간30분간 잠을 자지 않고 강행군한 끝에 다음 날 남극 대륙과 해빙이 만나는 목표지점 론 빙붕에 도착했다. 오브래디는 출발점에서 남극점까지 911㎞, 남극점에서 론 빙붕까지 578㎞를 걸었다.
54일간 그가 잠을 잔 시간을 제외하고 쉰 시간은 중간에 스키를 수리하던 반나절이 전부였다. NYT는 “오브래디는 울트라 마라톤을 한 셈이어서 당분간 그의 기록을 깨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오브래디는 NYT 인터뷰에서 “잘 모르겠지만 무엇인가 나를 이끌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마지막 32시간은 깊은 흐름 속에 갇혀 있었던 것 같다. 그저 걸어간다는 생각뿐이었다. 심오하고 아름다운 경험이었다”면서 “마침내 꿈이 실현됐다”고 말했다.
남극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도전 내내 그를 괴롭혔다. 그는 48일차에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남극 횡단을 ‘전투’에 비유했다. 그는 “폭풍으로 오늘만 20번 이상 바닥에 고꾸라졌다. 육체와 정신이 소진됐다”고 썼다. 하지만 그는 절대 고독과 최악의 여건을 이겨내고 목표를 이뤘다.
남극 횡단에서 보여준 그의 강인한 정신력은 그의 삶에서 드러났다. 고등학교에서 축구·수영선수로 활동했던 그는 예일대 경제학과 졸업 뒤 배낭여행을 떠났다가 2007년 태국에서 사고로 하반신에 2~3도의 중화상을 입었다. 의사는 “다시는 이전처럼 걷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8차례 수술 뒤 재활을 통해 다시 걸을 수 있게 됐다. 재활을 위해 수영 마라톤 사이클의 철인3종 경기를 시작한 그는 18개월 만에 아마추어대회에서 완주했다. 2009~2015년엔 미국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산악 탐험에 눈을 돌린 오브래디는 2016년 131일 만에 7대륙 최고봉 등정을 했고, 139일 만에 남극점과 북극점을 포함하는 ‘탐험 그랜드슬램’을 세웠다. 이는 둘 다 세계 최단기록이다.
오브래디와 함께 남극 단독횡단 경쟁을 벌인 영국 육군대위 루이스 러드(49)는 앞으로 하루이틀 사이에 론 빙붕에 도착할 예정이다. 러드는 2016년 남극 횡단 46㎞를 앞두고 숨진 워슬리의 친구다. 친구의 못다 한 여정을 완수하기 위해 남극 횡단에 나선 러드는 칠레에서 오브래디와 우연히 만난 뒤 경쟁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초반에는 러드가 앞섰지만 후반에 오브래디에게 역전당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