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文 대통령 “조국, 국회 출석하라”… 김용균법 통과 위해 지시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 조국(사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지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한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연내 국회 통과를 위해서라면 조 수석이 운영위에 참석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오전 청와대 참모진과의 티타임에서 한병도 정무수석으로부터 조 수석의 운영위 참석 문제로 김용균법 처리에 진척이 없다는 보고를 받자 이 같은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특감반 관련 수사가 이제 시작돼 피고발인 신분의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으나 제2, 제3의 김용균이 나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출석 지시에 조 수석도 “그렇다면 준비를 하겠습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수석이 문 대통령의 뜻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전달하면서 교착 상태였던 여야 협상도 물꼬가 터졌다. 여야 원내대표는 오후 회동에서 김용균법 등 민생법안 처리를 전제로 오는 31일 운영위 전체회의를 열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 수석을 출석시키기로 합의했다. 조 수석이 운영위에 나오면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첫 출석이 된다. 국정감사가 아닌 개별 건으로 소집된 운영위에는 역대 처음으로 출석한 민정수석으로 기록된다.

그동안 야당의 조 수석 운영위 출석 요구를 ‘정치공세’로 일축했던 여권이 전향적으로 출석을 결정한 것은 조 수석 출석 문제로 국회 공전이 길어질수록 정부·여당의 부담이 커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민간인 사찰 의혹에 이어 환경부 등 정부부처를 동원한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 범여권에서도 조 수석의 운영위 출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날 조 수석은 이석현 민주당 의원을 통해 “(자유한국당의 형사고발 건에 대한) 검찰의 1차 수사가 종료돼 사실관계의 윤곽이 드러나면 기꺼이 국회에 가서 충실히 답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범여권에서조차도 “불출석 이유로는 궁색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국(曺國) 수석이 조국(祖國)을 위해서라도 국회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의 조 수석 출석 결정이 특감반 사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라는 해석도 있다. 박 의원은 “내가 청와대 수석도 하고 비서실장도 했지만, 사실 (청와대에서 일어난 일을) 다 모른다. 조 수석이 당당하게 ‘내가 이런 것은 몰랐다, 안 했다’고 국민 앞에서 얘기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당 등 야권은 조 수석을 향한 파상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조 수석이 운영위에 출석해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경우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과거 노무현정부 시절 민정수석을 지내면서 국회 상임위에 세 차례나 출석했던 점이 조 수석 출석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2003년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뇌물 수수 의혹, 청와대의 조흥은행 매각 개입 의혹 등에 대한 증인으로 각각 법제사법위원회, 재정경제위원회(현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장에 출석했고 2004년 운영위의 현안 업무보고 때도 나왔다.

이종선 김성훈기자remember@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