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내년부터 적용되는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의 유효기간을 1년으로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부담금 총액을 늘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맹국 압박이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측은 지난 11~13일 서울에서 열린 10차 협상에서 차기 협정의 유효기간을 1년으로 할 것을 돌발 제안했다. 한·미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적용되는 현행 9차 협정의 경우 유효기간을 5년으로 하고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분담금을 인상토록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올해 부담한 방위비 분담금은 9602억원이다. 이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절반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요구대로 매년 분담금 협상을 하게 되면 인상폭이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 우리 협상팀은 미국의 제안에 거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지난 3월 첫 협상을 시작한 이래 총액과 유효기간, 제도개선 등 핵심 쟁점을 묶어 ‘패키지 딜’을 시도해 왔다. 10차 협상 종료 후 외교부 당국자는 “양측은 총액 및 한두 가지 쟁점을 제외한 모든 사안에 합의하고 문안을 정리했다”며 “다만 총액 입장차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했었다. 미국이 유효기간 1년을 들고 나오면서 타결이 불발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협상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미국의 돌발 제안으로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미는 추가 협의 일정을 조율하고 있지만 아직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국회 비준 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늦어도 내년 2월 말까지는 협상이 타결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협정 공백이 길어지면 주한미군 부대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 임금 지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는 ‘2019 국제정세 전망’ 브리핑에서 “한·미동맹에 회의를 품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 관심을 갖고 뒤에서 강하게 푸시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한국인들이 수용할 수 있고 정치적으로도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타협해야 하는데 아직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상당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부자 나라 군대에 보조금을 지급해 불이익을 보지 않겠다”며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