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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만 빛났던 첫 6054억 달러 수출, 자동차·가전·선박은 마이너스



지난해 수출액이 6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사상 처음이자 세계에서 7번째 기록이다. 그러나 면면을 살펴보면 반도체가 대장주 역할을 하는 ‘쏠림현상’이 심화했다. 특정 품목에만 기댄 수출 실적이라 올해 한국의 수출 경제를 낙관만 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지난해 한국의 수출액이 총 6054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수출액이 60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에 비해 수출액은 5.5% 증가했다. 지난해 수입액은 5349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수입액을 합친 무역액도 사상 최대인 1조1405억 달러를 기록하며 2년 연속 1조 달러를 넘어섰다. 무역수지는 704억9000만 달러로 10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산업부는 “최근 10년 동안 무역흑자를 기록하면서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넘어선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중국과 독일, 네덜란드 4개국 밖에 없다”고 자평했다.

반도체가 수출을 이끌었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2017년보다 29.4% 늘어난 1267억1000만 달러로 ‘대장주’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국에서 자동차, 항공기 등 완제품이 아닌 단일 부품 수출액이 1000억 달러를 넘은 것은 반도체가 처음이다. 여기에 일반기계와 석유화학이 각각 535억7000만 달러, 500억6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두 품목 모두 사상 처음 500억 달러를 넘겼다. 일반기계의 경우 인도 등 신흥국 시장의 건설·제조 경기 상승세로 반도체에 이어 수출 상위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수출이 특정 품목에만 기대고 있어 글로벌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면 크게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슈퍼 사이클’을 타고 호황을 누리던 반도체는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공급량이 늘면서 수출액이 8억 달러 이상 줄었다. 이에 지난해 12월 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2% 감소했다. 석유화학도 저유가 기조로 돌아서면서 수출 단가가 크게 하락할 전망이다. 반도체와 석유화학을 제외하면 지난해 전체 수출액 증가율은 0.6%로 줄어든다.

여기에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까지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중고’를 맞는 형국이다. 그동안 한국 수출을 이끌었던 13대 주력 품목 가운데 자동차(-1.9%), 차부품(-0.1%), 디스플레이(-9.9%), 가전(-18.3%), 무선통신기기(-22.6%), 선박(-49.6%), 철강(-0.6%) 등 과반 이상이 지난해 수출액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키워 수출액을 늘리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단초는 바이오헬스·의약품 등 8대 신산업 품목에 있다. 지난해 8대 신산업 수출은 전년 대비 6.9% 증가했다. 이 중 바이오헬스는 14.1%, 화장품은 26.6%, 의약품은 17.2% 늘었다. 한국무역협회 제현정 박사는 “반도체에 집중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선 세계에서 경쟁력을 보일 차세대 품목을 발굴하고 성장토록 정부와 수출업계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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