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 발표에서는 정상국가 지도자의 이미지를 주기 위한 파격적인 변화들이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1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 집무실에서 신년사를 낭독했다. 조선중앙TV는 오전 9시부터 30분간 신년사 발표를 녹화방송했다.
짙은 남색 바탕에 줄무늬가 그려진 양복을 입고, 푸른색 넥타이를 맨 김 위원장은 집무실 1인용 소파에 걸터앉아 1만2000여자에 달하는 신년사를 읽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 ‘경제’ 단어를 38번, ‘자립경제’ 표현을 7번 사용할 정도로 강력한 경제발전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경제’는 21번 언급됐다.
김 위원장이 등장하기 전 영상의 본부청사 밖은 어두웠고 외벽에 걸린 시계는 자정(0시)을 가리키며 해가 넘어갈 때 신년사를 발표하는 분위기를 냈다. 신년사를 시작할 때 집무실의 시계는 0시5분이었고, 끝났을 때는 0시55분을 가리켰다. 신년사 발표가 30분간 방송됐지만 실제 녹화엔 50분 이상 소요된 것으로 보여, 김 위원장이 NG를 냈을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 발표를 위해 걸어가는 장면부터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것은 파격적인 변화다. 김 위원장을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맞이했고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곁에서 수행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육성으로 발표해온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는 곧바로 연단에 선 모습부터 방송됐다.
신년사를 읽은 집무실 한쪽 벽면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형 초상화가 있었다. 책과 서류들도 빼곡이 꽂힌 모습이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와 유사하게 연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벌오피스에도 역대 대통령 초상화가 걸려 있고, 책장들이 배치돼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의 복장이나 집무실 모습 등은 치밀한 준비를 한 것 같다”며 “양복을 입고 소파에 앉는 등의 연출로 대내적으로는 안정적이면서도 편한 지도자 이미지를, 대외적으로는 보통국가 지도자 이미지를 주려고 의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목소리 톤도 지난해에 비해 차분하고 여유가 느껴지면서 어린 지도자가 아닌 원숙한 지도자 느낌을 줬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위원장이 신년을 맞아 김일성 주석·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