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돼 있다”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동시에 “미국이 우리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비핵화 상응조치를 내놓지 않는 미국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지만 대화 판을 깨지 않을 정도로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조선중앙TV로 녹화 방송된 육성 연설에서 “나는 지난해 6월 미국 대통령과 만나 유익한 회담을 하면서 뒤엉킨 문제 해결의 빠른 방도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그는 “두 나라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나의 확고한 의지”라며 “우리는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을 선포하고 여러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 왔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한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다만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호 존중하는 원칙에서 공정한 제안을 내놓고 올바른 협상 자세를 갖고 임한다면 반드시 서로에게 유익한 종착점에 가 닿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신년사는 비핵화 관련 획기적인 선(先) 제안도 없고, 그렇다고 제재·압박을 지속하는 미국을 대놓고 자극하지도 않은 절제된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반적으로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을 높이 평가하고, 이행 의지를 확인하며, 향후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특히 김 위원장이 핵무기 ‘4불’(생산·시험·사용·이전 중단)을 언급한 건 ‘핵 동결’ 시사로 해석될 수 있다. 핵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제기된 가장 큰 우려는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될수록 핵 폐기 대가로 지불해야 할 비용이 커진다는 것이었다. 미 정부가 핵무기 생산 중단을 진전된 비핵화 조치로 평가하면 북·미 대화가 이른 시일 내 재개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없이 4불을 꺼낸 건 전형적인 핵보유국의 논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이 요구해온 핵 신고와 검증 등 비핵화 조치 언급 없이 핵보유국으로서 완전한 비핵화 의지만 재확인하는 선에서 그쳤다는 것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