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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라동철] 바오밥나무 돌연사



미국 뉴스 전문채널 CNN이 최근 방송에서 아프리카 남부의 거대한 바오밥나무들이 잇따라 죽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학술지 네이처 플랜츠(Nature Plants)에 실린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12년 동안 수령이 오래 되고 덩치가 매우 큰 바오밥나무 14그루가 고사했거나 줄기 일부가 갈라져 반고사 상태가 됐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수령이 2000년 이상인 3그루, 1000~2000년인 6그루가 포함됐다고 한다.

바오밥나무는 아프리카 남부와 대륙 남동쪽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호주 북부에서 자생하는 희귀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몇몇 식물원 에서나 볼 수 있지만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로 인해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다 자랄 경우 키는 20m가 넘고 큰 나무는 줄기 둘레가 30~40m나 된다. 가지는 나무 윗부분에 몰려 있는데 퍼져 있는 모양이 뿌리를 닮아 멀리서 보면 나무를 거꾸로 심어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바오밥나무는 아프리카에서 ‘생명의 나무’로 신성시된다. 주로 우기와 건기가 뚜렷한 열대 초원지대 사바나가 주서식지인데 3000년을 살 정도로 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다. 한껏 몸집을 불린 줄기에 물을 저장해뒀다가 5~7개월간 지속되는 건기를 버티며 수천년을 살아 왔다. 최대 10만ℓ가 넘는 물을 저장하는 나무도 있다고 한다.

소설 ‘어린 왕자’에서 바오밥나무는 새싹일 때 뽑아 없애야 하는 위험한 존재다. 내버려뒀다가는 어느새 자라 손 쓸 수 없게 되고 그러다보면 소행성(B612호)을 완전히 뒤덮고 뿌리가 파고 들어 작은 별이 산산조각 날지 모른다고 어린 왕자는 걱정한다. 그러나 실제 바오밥나무는 주변 동물들에게 매우 유익한 존재다. 열매와 물 등 먹을 것은 물론 그늘을 제공하고 때론 피난처가 되기도 한다. 코끼리 등 동물들은 가뭄이 지속되면 바오밥나무 껍질을 씹어 수분을 보충한다.

1000년 이상을 굳건히 버텨온 바오밥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은 불길한 징조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로 건기가 길어지면서 제때 수분을 보충하지 못해 돌연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과 산림 파괴 등으로 지구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최근 빈번해지고 있는 기상이변이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생명의 나무들이 죽어가는데 우리 인간들은 언제까지 무사할 수 있을까.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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