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신호를 공개적으로 주고받았다. 정상 간 담판으로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지만 실제 회담이 성사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북한이 어떤 비핵화 조치를 취했을 때 대북 제재를 완화할 것인지 북·미가 접점을 찾는 게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나도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고대한다”며 “김 위원장은 북한이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제든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한 데 대한 화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를 실험·생산·전파하지 않겠다’고 한 김 위원장의 발언도 덧붙였다. 이를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단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가 계속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김 위원장의 경고성 발언에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백악관이나 국무부 차원의 공식 입장도 나오지 않았다. 대화 의지와 협상장 이탈 가능성을 동시에 밝힌 김 위원장의 의도를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일 오전 30여분간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한 신년사 평가를 공유했다.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의향을 처음 드러낸 건 지난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북한으로 보냈고, 북·미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었다. 그러나 회담의 구체적 시기와 장소를 정하기 위한 고위급 회담과 실무 회담은 열리지 않고 있다. 미국은 여러 차례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회담 의지를 재확인한 건 미 정부와 의회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북핵 협상 회의론을 의식한 측면이 크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표명만으로 협상이 본궤도에 오를지는 불분명하다. 김 위원장은 제재가 계속되면 과거 핵 개발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미 정부는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3일에 개원하는 미 의회는 한발 더 나가 대북 압박의 고삐를 바짝 죌 것으로 보인다. 유류 등 대북 에너지 공급을 차단하는 ‘리드액트’와 대북 금융거래를 막는 ‘브링크액트’ 등 지난 회기 처리가 무산된 법안들이 재추진될 전망이다. 비핵화에 진전이 없으면 정상 차원의 의지 확인과는 무관하게 회담 추진 동력은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미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코리 가드너 위원장은 미국의 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이 완전히 비핵화할 때까지 최대 압박 정책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추진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지혜 조성은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