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를 10년째 운영하며 버려지는 아기의 생명을 보호해 온 이종락(65·사진) 목사가 올해 첫 LG 의인상을 받는다.
LG그룹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들에게 수여하던 LG 의인상의 시상 범위를 올해부터는 우리 사회와 이웃을 위한 선행과 봉사로 귀감이 된 시민들로 확대키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한 시민들의 사례를 발굴해 격려함으로써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기 위한 것이다. 그 첫 번째 대상자로 이 목사가 선정됐다.
이 목사는 지난 2009년 서울시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 국내 처음으로 베이비박스를 설치했고 현재까지 1519명의 아기를 보호했다. 앞서 그는 버려지고 죽는 아기들의 사연을 신문에서 접하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다 외국에서 베이비박스를 운영한다는 보도를 보고 자신도 베이비박스를 설치키로 했다.
교회 외부와 내부를 잇는 통로 구조의 베이비박스는 아기가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따뜻하게 유지되고, 바깥쪽 문이 열리면 알람 소리가 울려 즉시 실내에서 문을 열어 아기를 구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목사는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두고 가는 보호자를 설득해 아기를 다시 데려가도록 하기도 하고, 이들 보호자에게는 자립할 수 있도록 생활비와 육아용품도 지원했다. 이 목사는 “더 많은 아기를 보호하고 미혼부모를 지원하는 데 힘쓰겠다”며 “의인상 수상이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영아와 미혼부모들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화재 현장에서 방범창을 뜯고 이웃을 구한 장원갑(53)씨도 함께 LG 의인상을 받는다. 장씨는 지난 1일 산책을 하다 불길과 연기가 치솟는 광경을 목격한 뒤 집안에서 미처 탈출하지 못한 노인을 방범창을 뜯어 구했다.
LG복지재단 관계자는 “버려지는 아기들을 위해 10년 동안 한결 같이 헌신해 온 이 목사와 얼굴도 모르는 이웃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한 장씨의 이웃사랑 정신이 우리 사회에 많이 퍼져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차원에서 의인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