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혁명이라 할 만하다. 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의 주인공은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한 디지털 캐릭터다. 표정이나 몸짓은 물론 피부의 질감, 머리카락의 움직임, 안구의 세밀한 구조까지 완벽히 인간을 본떴다. 현 할리우드 CG 기술의 총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야심찬 프로젝트의 닻을 올린 이는 ‘아바타’(2009)를 통해 ‘3D 혁명’을 일으킨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다. 일본 만화 ‘총몽’에서 영감을 받은 그는 ‘아바타’의 시각효과를 담당한 웨타 디지털 스튜디오와 손잡고 작업을 본격화했다. 연출은 ‘씬 시티’(2005)의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에게 맡기고, 본인은 제작자로 참여했다.
영화는 26세기, 기억을 잃은 사이보그 소녀 알리타가 사랑과 우정을 경험하고 악의 세력에 맞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극의 중심축인 알리타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구현되느냐가 관건이었다. ‘반지의 제왕’ ‘혹성탈출’ 등에서 쓰인 퍼포먼스 캡처 기술이 활용됐는데, 현재로선 가장 진화된 형태이다.
이 영화의 시각효과를 총괄한 웨타 디지털의 김기범(41) CG 감독을 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만났다. 그는 “그야말로 도전이었다”면서 “알리타를 연기한 배우의 움직임을 캡처하고 해부학적 구조까지 대입해 작업했다. 결과물이 너무 리얼해서 저조차 소름이 돋을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알리타의 근육 네트워크(근육의 개수와 연결 관계) 데이터는 ‘아바타’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고, 눈의 구조는 ‘반지의 제왕’의 320배 정도 늘어났다. 김 감독은 “조명, 재질, 애니메이션 합성 등의 기술이 완전히 다른 레벨로 진화했다.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영화제작사 영구아트무비에서 ‘디 워’(2007) CG 작업에 참여했던 김 감독은 이후 할리우드 CG 전문회사 ‘ILM’을 거쳐 2016년 웨타 디지털로 적을 옮겼다. 그는 “‘신과함께’의 예산을 듣고 놀랐다. 그 예산으로 그만한 퀄리티를 완성해낸 건 경이로운 일이다. 할리우드라면 불가능했을 일을 한국인들은 가능케 한 것”이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