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먹을 시간이에요. 다 먹으면 얘기해줘요.”
키가 1m도 채 안 되는 항아리 모양의 로봇이 감기에 걸린 사람에게 다가와 약 먹을 시간이 됐다고 알렸다. 약을 먹었다는 신호를 보내자 “잘했어요”라고 격려했다. 로봇은 조금 있다가 “건강 신호를 확인할게요. 긴장을 풀고 손가락을 화면에 대세요”라고 안내했다. 측정 결과 혈압이 정상으로 나오자 “오늘 상태는 A에요. 혈압은 110에 84네요”라고 수치를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공개한 삼성봇은 건강관리와 생활 돌봄에 초점을 맞춘 로봇 플랫폼이다.
삼성전자는 삼성봇 케어(Care), 에어(Air), 리테일(Retail) 3가지 로봇을 선보였다. 삼성봇 케어는 노년층의 건강과 생활 전반을 종합적으로 관리한다. 사용자의 혈압, 심박, 호흡, 수면 상태를 측정하는 등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복약 시간과 방법에 맞춰 약을 먹었는지도 관리해 준다. 가족, 주치의 등 사용자가 승인한 사람이 스마트폰을 통해 건강관리 일정을 설정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갑작스러운 낙상, 심정지 등 위급 상황을 감지하면 119에 긴급히 연락하고 가족에게 상황을 알려준다.
삼성봇 에어는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공기질을 측정해 미세먼지 제거 등 공기 청정 관리를 한다. 삼성봇 리테일은 쇼핑몰이나 음식점, 상품매장 등에서 활용할 수 있다. 고객과 음성, 표정으로 소통하면서 상품을 추천하고 주문을 받거나 결제를 도와줄 수 있다. 로봇 뒤편에는 용도에 맞게 변경 가능한 트레이도 탑재해 상품을 고객에게 직접 전달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보행이 어려운 사람이 잘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GEMS’도 이날 함께 선보였다. 착용하는 신체 부위에 따라 고관절용 GEM-H, 무릎용 GEM-K, 발목용 GEM-A 등이다. 삼성전자는 65~84세 노인 25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 결과 GEM-H를 착용하면 평소보다 23% 에너지 소모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GEM은 현재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연구 중으로 완성품으로 시장에 출시할 계획은 미정이다.
삼성종합기술원 관계자는 “보통 엑소 스켈레톤 제품이 수천만원대에 판매되는데 삼성은 수백만원대에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내놓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스베이거스=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