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둘러싼 연방정부 셧다운(업무정지) 사태가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반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오후 9시(현지시간·한국시간 9일 오전 11시) TV방송 황금시간대에 국경장벽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대국민 연설에 나서고, 10일 남부 국경지대를 방문한다. 그의 전공인 ‘리얼리티 TV쇼’ 형식의 전략으로 셧다운 정국을 주도하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쪽 국경에 닥친 인도주의 및 국가안보 위기에 대한 대국민 연설을 하게 됐다는 것을 알리게 돼 기쁘다”고 7일 트위터에 적었다. 이번 연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진행된다.
대국민 연설은 약 8분간 이어진다. 주요 방송사인 CNN NBC CBS ABC 폭스 등에서 생방송될 예정이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이번 연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과의) 셧다운 전투’에 대한 이야기를 국민들에게 직접 들려줄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뒤인 10일에는 남부 국경지대를 찾아 국경수비대 요원 등을 만날 예정이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남쪽 국경을 방문해 국가안보와 인도주의 위기의 최전방에 있는 사람들과 만날 것”이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라크를 깜짝 방문했을 때에도 조만간 남부 국경지대를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치 TV쇼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백악관에서 혼자 트위터로 여론전을 펼치는 작전으로 셧다운 사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연휴부터 연초까지 한 ‘트위터 홍보전’은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국경장벽 건설을 강행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압박에 반발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고 “민주당은 즉시 트럼프 대통령과 동등한 방송시간을 제공받아야 한다”며 “그의 연설은 악의적이고 잘못된 정보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러드 내들러 민주당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언급에 대해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위험한 발언”이라며 “그가 스스로 왕이나 폭군으로 군림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지난해 상반기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색출한 테러리스트 감시 대상자는 6명에 불과하다고 NBC방송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을 넘는 이민자들 중 4000여명이 잠재적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해 왔다. CBP가 지난해 5월 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0월 1일부터 2018년 3월 31일까지 미국 국적이 아니면서 테러리스트 감시 대상자 명단(Terrorist Screening Database)에 올라온 이민자 수는 6명이었다.
NYT는 “많은 이민 전문가들은 잘못된 통계에 근거해 국경안보 위협을 과장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태를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