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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위기 직면할 것 VS 여전히 글로벌 환경 좋아



누군가는 ‘퍼펙트 스톰(강력한 태풍)’이 온다 하고, 누군가는 여전히 괜찮다고 한다. 2019년을 맞은 세계 경제계는 미국을 바라보는 비관론과 낙관론 틈에서 설왕설래하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불황과 물가 상승이 겹치는 상태) 가능성을 언급한다. 반대편에서는 과도한 비관론을 경계하는 기류도 만만찮다.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최근 미국 경제에 대한 경고음을 계속 발송하고 있다. 지속적인 저금리 환경이 미국 경제를 과열시켰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통화정책이 본격화하면 경기 침체가 앞당겨진다는 시각이다. 경제위기가 처음으로 체감될 곳은 주식시장이라는 진단도 제기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빚어진 2008년의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했던 ‘닥터 둠’ 루비니 교수는 2020년까지 금융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예고한다. 그는 최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령화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이민 규제는 노동력 공급을 감소시키고, 이는 성장 문제로 이어진다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경제의 호황 국면이 지속됐지만, 올해부터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도 꾸준하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도 결국은 경기 과열을 우려한 조치라는 게 비관론자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부동산 담보금리가 상승하는데, 주택시장이 둔화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주택 구매여력이 떨어지는 흐름에 주목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2006년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 상황과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마틴 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다음 번의 경제위기가 ‘증시 붕괴’로부터 시작된다고 내다봤다. 2009년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주가지수는 230% 상승했고, 주가수익비율은 역사적 평균치보다 50% 이상 높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거품이 빠지는 때는 장기금리가 높아지는 시점이다. 펠스타인 교수는 “현재 연 2%대인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5%까지 오를 수 있는데, 이는 증시에 부담이 되고 막대한 재정적자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우연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9로 끝나는 해는 역사적이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1789년 프랑스 혁명, 1819년 피털루 대학살, 1929년 대공황, 1979년 오일 쇼크,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론했다. 경제 측면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비관론자들이 많아진다는 보도였다.

그러나 반대편에 서서 비관론을 불편하게 여기는 이들도 많다. 스위스 투자은행(IB) UBS의 악셀 베버 회장은 지난 7일(한국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상황에 대한 시장의 관점은 너무 억눌려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 시기보다 상승폭이 덜할지 몰라도, 우리는 여전히 좋은 글로벌 경제 환경을 갖고 있다. 무역 실적도 좋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을 보면 경기 침체 언급이 시기상조라는 게 베버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여전히 기업 실적에 대한 전망은 우리에게 유리하다”며 “시장이 약간 앞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계가 긴장하는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우려에도 낙관적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되고 있는 양국의 무역협상이 긍정적 신호라고 그는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노동장관으로 내정됐다 낙마했던 앤드루 퍼즈더 CKE레스토랑 대표도 비관론자들을 비판한다. 그는 폭스뉴스에 ‘트럼프 반대자들이 경기 침체를 예견하는 건 잘못’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고 “아무리 자료들이 비관론자들의 오류를 반복적으로 입증해도 반트럼프 경제 전문가들은 경고를 계속한다”고 했다.

퍼즈더 대표는 변동성이 잦은 증시보다 장기 투자에 해당하는 고용시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뉴스에 겁먹은 금융투자업계가 주식을 내던지는 건 쉽지만, 직원을 고용하고 인력을 늘리는 건 무신경할 수 없는 투자”라고 했다. 이어 “1개월에 25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고용주들이 경제에 대한 신뢰를 지속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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