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법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낼 준비가 돼 있습니다.” 국내 심장 분야 명의로 꼽히는 서동만 이대목동병원 흉부외과 교수의 말이다. 어떤 심장 환자가 오든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서동만 교수를 중심으로 김경진 순환기내과 교수, 김관창 흉부외과 교수, 박정준 흉부외과 교수 등으로 이뤄진 이대목동병원 심장이식팀은 얼마 전 심장이식수술을 성공리에 마쳤다. 앞서 2015년부터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준비해 온 심장이식팀의 첫 성과다. 지난 11월 초 급성심근경색으로 응급실을 찾은 황모씨(남, 56세)가 첫 수술의 주인공. 황씨는 기존에 관상동맥질환을 가지고 있었지만 잘 모르고 생활하던 중 문제가 터진 케이스다. 급성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좁아져 혈액이 돌지 않아 생기는 병으로 돌연사의 흔한 원인이기도 하다. 당시 병원에 실려 온 황씨는 곧바로 심혈관중재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혈관 손상 정도가 심한 탓에 생명유지장치인 에크모(ECMO·체외순환기기) 치료 후 결국 심장이식이 필요한 상태가 되어 한국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등록하고 공여자를 기다렸다.
주치의 김경진 교수는 “환자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을 위해 어떤 치료가 적절한지 거듭 고민한 결과 이식으로 선회한 것”이라며“다행히 위급한 순간에 나타난 공여자가 황 씨와 체격 조건이 잘 맞았고 활력 징후가 안정적이어서 흉부외과와 긴밀하게 상의한 후 이식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술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감염관리였다. 수술 전 환자에게서 폐렴 징후가 보여 의료진들은 전반적인 수술 과정에서 환자의 면역력 관리 만전을 기했다. 환자 상태에 맞춰 수술일정을 정하고, 수술 전 김 교수가 직접 공여자를 찾아가 이식적합여부를 확인하는 등 사전준비를 철저히 했다. 서 교수는 “모든 이식환자 치료에 있어 수술은 물론 수술 전후의 환자 관리가 중요하다”며 “이번 환자는 수술 전 폐렴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수술이 잘되더라도 자칫 폐렴 때문에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감염관리에 특히 신경 썼다”고 말했다.
수술장에서도 협업이 빛을 발했다. 집도의인 서 교수가 환자 가슴을 열어 이식수술을 진행하는 동안 심장초음파 전문인 김 교수가 경식도 초음파를 보면서 수술 중 변할 수 있는 환자상태를 더블 체크했다는 후문이다. 김 교수는 “수술 당시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수술 시 서포트하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상의해서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식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환자도 빠르게 회복돼 수술 후 한 달 여 지난 12월 중순 퇴원했다. 앞으로 면역억제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는 등 쉽지 않은 여정이 남아있지만 새로운 삶을 찾아 이전처럼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서 교수는 “이번 이식수술 무사히 마침으로서 우리 의료진들도 자신감을 얻고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어떤 환자든 환자에게 최선의 선택과 필요한 치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퇴원한 황씨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 12월 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병원을 찾아 의료진에게 정성스레 작성한 크리스마스카드를 건네기도 했다. 김 교수는 “떨리는 글씨로 눌러쓴 카드에는 크리스마스를 다시 맞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가장 감동적인 크리스마스 인사였다”고 말했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