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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염성덕] 대선 테마주 광풍



특정 이슈와 재료를 바탕으로 주가가 오르는 종목군인 테마주는 종종 주식시장에 열풍이나 광풍을 불어넣는다. 테마주는 영역과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계절 날씨 유행 등 다양한 현상에 따라 형성된다.

지난해에는 남북 테마주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전 북한 협상단의 방한을 계기로 남북 테마주가 각광을 받았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 대표단이 분야별 회담을 할 때마다 경협주가 들썩였다.

경협주는 회담 성격과 참석 인사에 따라 각개약진을 했다. 남북 회담에 국토교통부 인사가 참석하면 철도주, 산림청 관계자가 배석하면 산림주가 급등하는 식이다. 전력 송전 농기계 비료를 비롯해 투자자들에게 다소 생소한 종목까지 경협주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개성공단 입주 회사들의 주가는 일희일비를 거듭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면 현대그룹 주가가 요동을 쳤다. 금강산 리조트를 보유한 아난티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8일 폭등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가상화폐 테마주 열풍이 불었고, 방탄소년단(BTS)의 선전에 힘입어 BTS 테마주도 유행했다.

20대 대통령선거가 3년 넘게 남았는데도 대선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코스피시장 거래량 1~3위를 기록한 종목은 ‘유시민 테마주’ 보해양조, ‘이낙연 테마주’ 남선알미늄, ‘황교안 테마주’ 한창제지였다. 이 기간에 주가는 한창제지 192%, 남선알미늄 142%, 보해양조 133%나 폭등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사기다. 돈 갖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보해양조는 적자 누적으로 구조조정까지 단행했다. 정치적 재기를 노리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테마주로 불리는 진양화학 주가도 춤을 췄다. 지극히 비정상적인 일이다.

주식은 대표적 고위험 고수익 상품이다. 실적이 양호하거나 최소한 성장 가능성이라도 높은 주식을 사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형편없는 실적을 낸 기업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묻지마 투자’에 올인했다가 투기 세력이 손을 털고 나가면 돌이킬 수 없는 낭패를 본다. 대박은커녕 쪽박 차기 십상이다. 하루아침에 지폐주가 동전주로 전락한다. 야바위나 다름없는 대선 테마주 투기를 계속할 텐가.

염성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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