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침례병원은 공공병원으로 전환될 수 있을까? 최근 부산지방법원은 침례병원의 매각 경매기일을 발표했다. 부산지법 경매4계는 침례병원 매각기일을 오는 17일 오전 10시로 정했다. 경매는 ▲17일 1차 ▲2월 21일 2차 ▲3월 28일 3차 ▲5월 2일 4차 등에 걸쳐 진행된다. 지난해 7월 파산한 침례병원의 매각 절차는 그동안 몇 차례 연기돼 왔다. 그러나 공공병원 전환 작업에 시간이 걸리면서 부산지법은 침례병원 유지 관리비와 제1 채권자의 이자, 제2 임금채권자들의 피해 부담 등을 이유로 경매를 결정했다.
보건의료 시민사회단체와 관련 노동계는 허탈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부산지역 보건의료단체와 시민사회단체 30곳이 참여한 ‘침례병원 파산에 따른 새로운 공공병원 설립을 위한 부산시민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경매 중단과 오거돈 부산시장의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부산시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현재 시는 이미 행정안전부에 투자심사 조사 의뢰를 한 상태다. 그 결과는 오는 8월에 나올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 내년 예산에 인수 비용을 합산해 내년 1월 인수에 돌입한다는 부산시의 공식 입장이자, 공공병원 전환 계획이었다.
공공병원 전환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노동계 인사는 “부산시가 공공병원 전환 의지를 갖고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행정 절차를 위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시도 “설사 경매가 이뤄져도 건설업자 및 민간업자들이 병원이 아닌 다른 용도로의 용도변경을 불허한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민대책위는 이번 부산지법의 경매 결정을 “부산시민의 염원인 공공병원 설립이 좌초될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총력 대응을 예고했다. 사실 침례병원의 공공병원 전환은 지난 부산시장 선거 당시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공약 중 하나였다. 대책위가 “공약을 이행할 것인지 파기할 것인지 결단을 내리라”는 목소리를 오 시장이 외면키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면서 대책위는 오거돈 시장을 향해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오거돈 시장은 결단하고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며 “공공병원 전환 추진력을 확보하고 부산시 행정력을 총동원하기 위한 기구개편을 진행하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부산시당도 “침례병원의 공공병원 전환이 큰 위기에 처했다”며 “공약을 언제,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오 시장을 몰아세웠다.
시민단체는 법원이 경매를 시작하게 되면, 헐값 낙찰이 자명하다고 주장한다. 당초 법원의 의도와 다르게 임금채권자들이 되레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자 및 유지 관리 비용을 시에서 별도의 예산을 들여 보조하는 등 제1 채권자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리하면 법원의 부담을 줄이고, 구체적인 안의 도출을 위해 결국 시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김양균 쿠키뉴스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