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문화인의 필수 코스는 데이비드 호크니·조이스 디도나토




가장 작품 가격이 비싼 생존 작가인 영국 팝 아티스트 데이비드 호크니(81), 1970년대까지 한국 화단에서 가장 잘 나갔던 동양화가 청전 이상범(1897~1972), 해외 러브콜이 한창인 설치 미술가 양혜규(47)…. 올해 전시장에는 국내외 거장들의 회고전부터 동시대의 주목받는 작가 전시까지 여느 해보다 무늬가 다채롭다. 공연계에선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연주자의 내한이 잇따른다. 한국이 낳은 클래식 스타들의 공연도 빼곡하다. 2019년 가봐야 할 전시와 클래식 공연을 달력에 메모해두면 좋을 듯하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3월 말 서소문 본관에서 개막하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국내 최초 개인전이다. 60~70년대 미국의 풍요를 담은 수영장 연작으로 유명하다. 연작 중 하나인 ‘예술가의 초상’은 지난해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9031만 달러(1020억원)에 낙찰돼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갤러리현대는 3·1운동 100주년에 맞춰 일제강점기부터 70년대 초반까지 화명을 떨쳤던 근대 수묵화단의 쌍두마차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1899~1976) 개인전을 4∼6월 잇달아 갖는다. 그간 서양화에 밀렸던 동양화가 미술시장의 주목을 받는 계기를 마련할지 관심거리다. 2~3년 전까지 시장을 견인했던 단색화 전시도 이어진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에서 ‘묘법’ 시리즈로 유명한 박서보(87) 개인전을 5월에 연다. 단색화 알리기에 앞장섰던 국제갤러리는 부산점에서 ‘접합’ 시리즈 작가 하종현(83)의 전시를 같은 달 마련했다.

작고 작가에 대한 조명도 활발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의 ‘탄생 100주년 기념 작가전’ 올해 주인공은 곽인식(1919~1988)이다. 일본 모노하(物派)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친 그의 개인전이 6월 과천관에서 열린다. 학고재갤러리는 고려인 화가 변월룡(1916~1990) 개인전을 야심 차게 마련했다. ‘잃어버린 천재 화가’로 불렸던 변월룡은 러시아 연해주에서 태어나 사회주의 리얼리즘 미술의 대가로 명성을 누렸다. 광복 이후 평양에 파견돼 평양미술학교 재건을 진두지휘하며 북한 미술의 토대를 구축했지만 그 때문에 금기시됐었다.

동시대 미술 작가로는 갤러리현대가 10~11월 여는 아르헨티나 설치미술 작가 토마스 사라세노(46)의 개인전이 눈에 띈다. 과학과 자연, 미술과 건축의 영역을 넘나드는 그의 국내 첫 개인전이다. 국제갤러리는 지난해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장에 작품이 걸려 주목받았던 민중미술 작가 민정기(70)와 최근 영국 테이트미술관에 블라인드 설치작품이 소장돼 화제가 된 바 있는 양혜규(47)의 개인전을 각각 1월 말과 9월에 개막한다. 수묵을 현대화한 김호득 개인전(학고재갤러리, 3월), 프랑스 ‘구상회화의 왕자’로 불리는 베르나르 뷔페(1928~1999) 회고전(예술의전당, 6월)도 볼 만하다. 기획전으론 대구미술관의 ‘코리안 팝’(6~9월)과 서울시립미술관의 3·1운동기념전(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미술관 3~5월) 등이 있다.

공연계에선 2017년 도이치 그라모폰상을 받은 세계 최정상급의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가 1월 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헨델의 오페라 ‘예프타’ 중 아리아 ‘공포의 장면, 재앙의 장면’ 등을 부를 예정이다. 2005년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 우승자인 라파우 블레하츠와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는 2월 23일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듀오 리사이틀을 갖는다.

섬세한 연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타라소프는 3월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3번을 연주한다. ‘건반 위의 서정시인’ 머레이 페라이어는 3월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영국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러시아 출신의 수석지휘자 블라디미르 유롭스키는 3월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4월 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러시아 국립 스베틀라노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4월 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와 슈만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다.

국립오페라단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5월 10~12일 로시니 오페라 ‘윌리엄 텔’을 무대에 올린다.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는 5월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한다. 60년 넘게 활동한 부흐빈더는 베토벤 소나타 32곡 전곡을 수차례 녹음해 ‘현존하는 최고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거장이다.

이반 피셔가 이끄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6월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베토벤 곡을 연주한다. 조성진은 9월 1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듀오 리사이틀, 11월 10일 같은 곳에서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공연이 예정돼 있다.

미국 피츠버그 심포니 음악감독인 지휘자 만프레드 호네크와 서울시향의 ‘2019 올해의 음악가’인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의 만남도 기대를 모은다. 호네크가 이끄는 서울시향과 테츨라프의 공연은 9월 5~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4년 만에 내한해 9월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한다. 수석 객원지휘자 정명훈이 지휘하고,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함께하는 연주다.

첼리스트 겸 지휘자인 장한나는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는 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오케스트라와 5년 만에 고국 나들이를 한다. 11월 13~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장한나는 2015년 영국 클래식 전문지 ‘BBC 뮤직 매거진’이 뽑은 현존하는 최고 여성 지휘자 19명에 이름을 올렸다.

손영옥 미술·문화재 전문기자,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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