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진아(39)씨의 지난 12일 하루는 이랬다. 커피전문점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로 간단하게 아침 겸 점심을 먹은 뒤 친구와 영화를 봤다. 극장 근처 헬스 앤드 뷰티 숍에서 핸드크림을 사고, 마트에 들러 과일과 고기를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지만, 비밀이 하나 있다. 김씨는 이날 교통비를 제외하고는 현금은 물론이고 카드조차 쓰지 않았다. 비결이 뭘까.
이날 김씨의 지갑은 스마트폰이었고, 지갑 속 결제 수단은 유통 멤버십 포인트였다. 대부분 유통 포인트는 1000포인트 이상이면 제휴 브랜드사에서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하다. 김씨는 이날 SPC의 ‘해피포인트’로 파스쿠찌에서 결제했고, SK플래닛 ‘OK캐쉬백’ 포인트를 문화상품권으로 전환해 영화를 봤다. 올리브영에서는 ‘CJ ONE(원)포인트’로, 롯데마트에서는 롯데멤버십인 ‘L.point’로 계산을 했다. 김씨는 “스마트폰에 멤버십 포인트 앱을 깔아 놓고, 주로 연말이나 연초에 현금처럼 몰아서 쓰고 있다. 하루 종일 포인트로만 결제한 날엔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씨처럼 알뜰한 소비자라면 “포인트 적립 해드릴까요”라는 점원의 질문에 “괜찮습니다”라고 답하지 않는다. 앱을 보여주거나 휴대전화 번호를 누르는 정도의 수고만으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가 쌓이기 때문이다. 현금 전환이 가능한 대표적인 멤버십 포인트 5개(OK캐쉬백, L.point, CJ 원포인트, 해피포인트, 신세계포인트)를 비교해 봤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가입자 규모가 가장 큰 멤버십은 L.point다. 지난해 9월말 기준 3800만명이나 된다. L.point 관계자는 “20, 30대 80% 이상이 L.point 가입 고객”이라며 “L.point 이용 회원은 연평균 14% 정도씩 늘고 있으며 포인트 사용률은 95%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멤버십 포인트의 원조격인 OK캐쉬백도 가입자 수가 3470만명이나 된다. 제휴 브랜드는 600여개나 된다. 1999년 서비스를 시작해 11번가, 홈플러스, SK주유소, SK브로드밴드 등 생활 밀착형 브랜드들과 제휴하고 있다.
가입자 수가 많은 SK플래닛의 OK캐쉬백과 롯데의 L.point는 계열사가 아닌 브랜드와도 적극적으로 제휴를 맺고 있다. 해피포인트, CJ 원포인트, 신세계백화점 포인트는 대부분 계열사 브랜드 위주다.
멤버십 서비스는 당장 기업에 이득이 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모으기 때문에 대부분 유통사들이 멤버십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포인트 적립률이 보통 0.05~10% 정도라 현금처럼 쓰려면 그만큼 소비를 많이 해야 한다. 모객 효과가 톡톡한 셈이다. 수백만~수천만명의 소비자 데이터는 마케팅과 브랜드 제고에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요즘은 빅데이터 활용 측면에서도 멤버십 포인트가 강화되는 추세다.
포인트를 현금화하는 데 각종 이벤트를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 CJ 원포인트는 제휴 브랜드 4개를 이용하면 포인트를 1.5~2배까지 추가 적립해주는 이벤트를 매달 진행하고 있다. 해피포인트, CJ원포인트는 문화 초청 이벤트도 종종 연다. OK캐쉬백, 신세계백화점 포인트는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도 있다. 멤버십 포인트를 다른 회사 포인트나 항공사 마일리지로 전환할 수도 있다. 특히 항공사 마일리지는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L.point와 OK캐쉬백 모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22포인트→1마일리지)로 바꿀 수 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