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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연한 협상안 北에 전달”…패키지 딜 공감



미국과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와 대북 제재 일부 완화를 주고받는 ‘패키지 딜’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비핵화의 1단계 목표를 ‘핵 동결’로 설정한 타협안을 북한에 제시하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북·미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10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비핵화 협상안을 만들었다”며 “북·미 양측이 이 안을 놓고 물밑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비건 안’은 협상의 1차 목표를 핵 신고가 아닌 핵 동결로 잡고 있다”면서 “북한이 핵 동결을 위한 조치를 취하면 미국도 이에 대한 상응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동결 대상에는 핵물질을 생산하는 영변 핵시설과 함께 평양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가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북·미는 지난해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서로 상대의 선(先) 조치를 요구하며 맞서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었다. 미국은 북한의 핵 신고가, 북한은 미국의 제재 완화가 있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이 요구해온 핵 신고는 비핵화 프로세스를 짜기 위한 핵심 조치이지만 북한이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협상 진전을 위해 비핵화 단계를 쪼갠 뒤 상응조치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미국의 상응조치, 북·미 신뢰 구축, 핵 신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아가는 구상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비핵화 과정은 과거와는 접근 방법이 다르다”며 “이번에는 북한이 구체적으로 핵·미사일 발사 중단, 핵 실험장 폐기, 미사일 실험장 폐기, 조건부 영변 핵단지 폐기를 언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비핵화 행동에 대해 미국의 상응조치가 이뤄지고 신뢰가 깊어지면 전반적인 신고를 통해 전체적인 비핵화로 가는 프로세스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까워졌다”면서 “북한과 미국이 서로 어떤 조치들을 할 것인지 마주앉아 담판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추상적 합의에 머물렀기 때문에 2차 회담에선 구체적 조치에 대해 보다 분명한 합의를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북한은 제재 해제를 위해 보다 분명한 비핵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고, 미국도 비핵화를 독려하기 위한 상응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서로 믿지 못해 2차 정상회담이 미뤄졌다”며 “그간 입장차에 대한 접점이 상당히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역시 2차 북·미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3박4일 방중 기간 시 주석과 두 차례(8, 9일) 정상회담을 한 뒤 이날 평양으로 돌아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싱가포르 조·미(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룩된 공동성명을 성실히 이행하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는 우리의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당 행사에서 “2월쯤에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전망되고 이어서 김 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하는 행사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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