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 최고 부자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9일(현지시간) 이혼을 선언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발표로 베이조스 부부의 이혼 배경과 향후 아마존 경영권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베이조스는 부인 매켄지 베이조스와 결혼 25년 만에 이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트위터에 “우리는 오랜 기간 사랑에 대한 탐색과 시험적인 별거 끝에 이혼하기로 결정했다”며 “친구로서 공유된 삶을 계속할 것”이라고 썼다. 또 “우리는 서로를 발견한 것을 행운으로 느끼고, 부부로서 멋진 삶을 살았다”고 밝혔다.
베이조스 부부의 이혼 배경에는 베이조스가 로렌 산체스 전 폭스뉴스 앵커와의 불륜설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산체스는 할리우드의 거물 패트릭 화이트셀의 부인이다. 뉴욕포스트는 “베이조스가 화이트셀을 통해 산체스를 알게 된 뒤 그 여성과 비밀리에 관계를 맺어 왔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은 2016년 화이트셀과 산체스가 별거를 시작한 뒤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산체스는 베이조스가 세운 우주탐사기업 블루오리진의 헬기 조종사를 맡기도 했다.
베이조스가 부인에게 위자료를 얼마나 많이 줄지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이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베이조스 거주지인 워싱턴주에서는 이혼할 때 결혼 이후 벌어들인 재산을 똑같이 나누는 부부공동재산(community property)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베이조스는 재산 대부분을 결혼 이후에 벌었다. 그는 결혼 1년 후에 아마존을 창업했다. 블루오리진을 창립하고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도 인수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베이조스가 천문학적 규모의 위자료를 지불하는 과정에서 아마존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두 사람의 재산 분할의 핵심은 베이조스가 보유한 아마존 주식 16.3%다. 1370억 달러(약 153조원)에 달하는 그의 재산 대부분이 이 주식이기 때문에 최대 685억 달러에 달하는 위자료를 지급하려면 주식을 팔아야 할 수도 있다.
매켄지에게 주식을 직접 넘기는 경우에도 문제가 생긴다. 그녀가 다른 대주주와 손잡고 CEO를 교체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매켄지가 위자료로 받은 주식 8%로 2대 주주 뱅가드그룹을 지지하면 당장 베이조스의 경영권이 위태로워진다.
하지만 두 사람이 공동자산인 아마존을 지키기 위해 재산은 나누되 주식의결권은 베이조스에게 양도하는 식으로 합의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베이조스가 이혼 발표한 날 아마존 주가는 소폭 상승했다. 그가 이혼 이후에도 매켄지와 좋은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암시한 덕분에 주주들이 안심한 것이라고 CNBC방송은 보도했다.
매켄지는 위자료만으로 세계 최대 여성부호를 넘보게 됐다. 그녀가 거머쥘 위자료는 최대 685억 달러(76조원)로 추산된다. 현재 세계 최고의 여성 부자는 프랑스 화장품 회사 로레알 창업주의 손녀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어(456억 달러)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