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 히어로들의 스릴러… 남는 건 제임스 맥어보이 [리뷰]

영화 ‘글래스’의 한 장면. ‘겟 아웃’ ‘해피 데이데이’ 등 트렌디한 호러 영화들을 선보여 온 제작사 블룸하우스의 신작이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이 영화의 장르를 뭐라 소개하면 좋을까. 공식 정보란에는 ‘드라마, 미스터리, SF, 스릴러’라고 쓰여 있다. 그보다는 ‘스릴러 거장이 만든 슈퍼 히어로물’이라는 표현이 좋겠다. 반전 스릴러의 레전드 ‘식스 센스’(1999)를 연출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 ‘글래스’ 얘기다.

영화는 범상치 않은 세 인물 간의 미스터리를 풀어간다. 유년시절 어머니의 학대로 인한 해리성 정체장애 때문에 24개의 인격을 갖게 된 케빈(제임스 맥어보이), 대형 열차사고에서 홀로 살아남을 정도로 강철 같은 신체 능력을 지닌 던(브루스 윌리스), 천재적 두뇌를 가졌으나 선천적으로 뼈가 유리처럼 잘 부러지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미스터 글래스(사무엘 L. 잭슨)가 그들이다.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이미 알아챘을 듯하다. 이들은 감독의 전작 ‘언브레이커블’(2000)과 ‘23 아이덴티티’(2017)의 주인공들이다. 말하자면 ‘글래스’는 이들 두 편을 잇는 후속편으로, 무려 19년에 걸친 샤말란 감독의 ‘빅 픽처’를 완성하는 작품이다. 각 캐릭터 사이에 긴밀한 관계성을 부여함으로써 그만의 독특한 세계관이 확장된다.

극의 중심에 놓이는 또 한 명의 인물은 정신과 의사 엘리 스페이플 박사(사라 폴슨)다. 자신을 슈퍼 히어로라고 믿는 과대망상증 환자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그가 세 사람을 정신병원에 격리시키고 연구하던 도중, 이들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넓게 보면 히어로와 빌런의 대결을 다루지만 무미건조한 현실에 깊숙이 발붙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차별화된다.

사건 중심의 전개가 아니라 각 인물 소개와 연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중반 이후 템포가 느슨해진다. 이견 없는 찬사가 쏟아지는 건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다. 초 단위로 다른 인물이 돼버리는 그는 1인 다역의 완성형처럼 보인다. 사실을 조작하고 은폐해 대중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일이 얼마나 손쉬운지 꼬집는 결말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129분. 27일 개봉.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