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이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잇따라 한 골 차 진땀승을 이어가며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59년 만의 우승을 향한 일차 관문은 통과했지만 우승 후보다운 압도적인 모습은 없었다. ‘원 팀’으로서의 조직력은 아직 다져지지 않았고, 선수들의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2% 부족한 대표팀의 돌파구는 약속된 세트피스에서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은 12일(한국시간)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을 1대 0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승점 6점을 확보한 한국은 16강 진출을 자력으로 확정지었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라인을 높게 올린 키르기스스탄의 수비는 불안정했지만 한국의 공격 전개와 마무리도 날카롭지 못했다. 70%가 넘는 점유율과 19개의 슈팅에도 다득점에 실패했다.
키르기스스탄전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부정확한 패스였다. 전진 패스는 물론 횡패스 도중에도 실수가 나오며 템포가 느려졌다. 후방에서 빌드업(패스를 통한 공격 전개)을 하는 과정에서 패스가 어긋나 공격권을 빼앗기기도 했다. 결정적 슈팅도 모자람이 있었다. 전반 36분 골키퍼 없이 비어있는 골문 앞에서 나온 이청용의 슈팅은 골대 위로 크게 벗어났다. 후반 들어 황의조와 황희찬은 골대만 각각 두 번, 한 번씩 맞추며 아쉬움에 머리를 감쌌다.
답답하게 흘러가는 상황을 해결해준 것은 세트피스였다. 0-0으로 맞선 전반 41분, 홍철이 찬 코너킥을 중앙 수비수 김민재가 달려들며 헤더로 잘라 넣었다. 키르기스스탄 수비수가 김민재를 놓칠 수밖에 없는 계획된 움직임이었다. A매치 14경기 만에 첫 골을 넣은 김민재는 “큰 틀에서 예정돼 있던 플레이였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키르기스스탄전에서 대표팀은 다양한 세트플레이를 선보였다. 총 10번의 코너킥에서 짧고 긴 전개를 섞으며 상대를 교란했다.
이날처럼 경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을 때, 잘 훈련된 세트피스는 득점의 실마리가 된다. 정지된 상황에서 공격 작업을 시작할 수 있어 연습한 플레이를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다. 상대의 방해 없이 공을 손쉽게 문전으로 보낼 수 있어 밀집 수비를 깨뜨리기도 쉽다. 최근 들어 경기의 흐름을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카드로 세트피스가 부쩍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잉글랜드 등이 독창적이고 다양한 세트피스로 상대를 무너뜨린 바 있다. 벤투 감독은 지난해 12월 ‘아시안컵 준비과정’ 강의에서 “공격 시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페널티박스 안으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벤투호는 세트피스로 득점한 좋은 기억이 많다. 지난해 10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나온 정우영의 결승 골은 손흥민의 코너킥에서 시작됐다. 같은 해 11월 4대 0 대승을 거둔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2골이 코너킥 상황에서 나왔다.
한편 북한은 13일 열린 대회 조별리그 E조 2차전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0대 6으로 대패했다. 북한은 1차전 사우디아라비아에 0대 4로 패한데 이어 카타르전에서도 최악의 경기력을 보이며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두 경기에서 득점 없이 무려 10실점한 북한은 E조 최하위가 되면서 16강 진출이 힘들어졌다. 북한은 18일 레바논(2패)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반드시 대승을 거둬야 16강 진출의 실낱같은 희망을 살릴 수 있다. 카타르는 2승으로 조 선두가 되며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날 4골을 몰아넣은 카타르의 알모에즈 알리는 이번 대회 득점을 단숨에 5골로 늘리며 득점 선두에 올랐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