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이 다음 달 중순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장소로는 베트남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북·미 고위급 회담이 곧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난번에 보면 북·중 정상회담을 하고 나서 한 달 뒤에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졌다”며 “준비기간이 최소한 1개월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다음 달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위급 회담은 그전에 이뤄져야 해 조만간 성사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두고 다롄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7∼10일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복수의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2월 셋째 주에 베트남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갖자고 북한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외교 소식통을 인용한 서울발 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중순 베트남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갖자고 북한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북한이 아직 답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상회담 개최지로 베트남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유력지 스트레이츠타임스도 미국 소식통을 인용해 정상회담 개최 후보지가 베트남과 태국으로 압축됐고, 베트남이 더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내에서도 북한대사관이 있는 수도 하노이가 1순위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인도적 지원에 관한 대북 제재 일부를 완화한 것도 정상회담 개최에 긍정적인 신호다. 미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미국인 구호단체 관계자들의 방북 금지 조치를 해제하고 대북 인도주의 물자에 대한 봉쇄를 완화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결정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9일 국제 구호단체들에 전달했다. 포린폴리시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정권에 대해 최대의 압박 작전을 수개월간 이어온 만큼 인도적 지원에 대한 이번 제재 완화는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일련의 신호들이 북·미 대화가 진전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조만간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열려 2차 정상회담에 대한 조율을 하고, 다음 달에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또 “(정상회담에 앞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간 ‘뉴욕 채널’이 재가동돼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논의를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민 교수는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제재 완화가 북한이 원하는 선에는 못 미치지만 북한도 대화를 위한 미국 측의 선의의 메시지로는 받아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세부 의제 조율 없이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비핵화에 관한 구체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미 간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고 있지만 의제에 관한 조율은 전무한 상황으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자화자찬했지만, 미국 주요 언론에선 구체적 성과가 없는 ‘빈손 회담’이었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상헌 장지영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