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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걷는 게 약이다… 하루 5시간 이상 앉아있지 말라

한 직장인이 사무실 책상에 앉아 근무하고 있다.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길수록 건강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강북삼성병원 방사선사인 김관희씨가 근무 시작 전 병원이 자체 개발한 신체활동 늘리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계단을 걷고 있다.



 
조인성 건강증진개발원 원장




운동량 많아도 앉는 시간 길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 미쳐
효과적 신체활동은 계단 걷기


경기도 판교의 한 게임회사에서 수출업무를 맡고 있는 박모(45)씨. 출근하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아 계약서를 검토하고 수시로 몰려오는 해외 담당자들의 요구를 해결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1주일에 두세번 야근을 포함해 하루 평균 회사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만 족히 9~10시간에 달한다. 중간에 외부 손님이 와서 15분 남짓 커피를 마시거나 점심 먹는 시간을 빼고는 내리 의자에 앉아 일한다. 퇴근해서도 아이 재우고 서재 컴퓨터 앞에 앉아 그날 뉴스를 보거나 주식 정보를 검색하면서 의자와 이별하지 못한다.

입사때만 하더라도 69㎏이었던 몸무게는 어느새 87㎏으로 불었다. 허리둘레는 40인치로 복부비만이 심각하다. 활동량이 줄고 앉아있는 시간이 늘면서 빚어진 일이다. 혈압은 매년 조금씩 올라 올해는 수축기혈압이 150㎜Hg까지 나왔다. 중성지방(236㎎/㎗)과 공복 혈당(105㎎/㎗)도 위험 수준이다. 최근에는 허리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기도 했다.

박씨처럼 직장이나 가정 등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보내는 이들이 태반이다.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길면 비만과 당뇨병, 심혈관질환, 암에 걸릴 위험이 높고 수명도 짧아진다는 연구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이 같은 생활패턴을 바꾸긴 쉽지 않다. 몇년 전부터 일부 직장에서 직원들에게 서서 일하는 ‘스탠딩 워크(Standing Work)’를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단시간에 근무환경의 변화를 꾀하긴 어렵다.

정부가 매년 조사하는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앉아있는 시간은 갈수록 늘고 있다. 19세 이상 전체 성인의 하루 평균 앉아서 보내는 시간은 2014년 7.5시간에서 2016년 8.0시간으로 0.5시간 증가했다. 전 연령대에서 증가 추세지만 20, 30대 젊은층과 70세 이상 노령층에서 상대적으로 더 긴 편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맞춤사업팀 이윤수 팀장은 14일 “주거 및 사무 환경이 점점 편리성을 추구하는 쪽으로 가고 여성들의 직장생활이 증가하는 등 사회변화상이 반영된 탓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신체활동은 점차 줄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7년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19세 이상 걷기 실천율은 2015년 41.2%에서 2017년 39.0%로 2.2% 포인트 감소했다. 걷기 실천율은 30, 40대 중장년층과 70세 이상에서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 중·고강도 운동을 꾸준히 하는 ‘유산소 신체활동 실천율’도 같은 기간 52.7%에서 48.5%로 줄었다.

앉아있는 시간과 건강과의 상관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연구결과들은 계속 보고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비뇨기과 박흥채 교수팀이 건강검진받은 남성 6만9795명을 조사한 결과 하루 10시간 이상 앉아있는 남성과 5~9시간 앉아있는 이들은 5시간 미만 앉아있는 집단에 비해 ‘하부요로증상(LUTS)’ 발생률이 각각 16%, 7% 높았다.

하부요로증은 소변 줄기가 약하고 가늘어짐, 오줌을 눠도 잔뇨감 심함, 아랫배에 힘을 줘야지만 소변이 나옴, 소변을 봐도 다시 마려워 자꾸 화장실을 찾게 되는 등의 증상을 말한다. 박 교수는 “오래 앉아있으면 혈액순환이 잘 안되면서 방광·전립선 기능이 떨어지고 배뇨 관련 신경이 눌리면 소변이 잘 안나온다. 앉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소변볼 때 쓰이는 골반 근육도 약해진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운동량이 많아도 앉아 지내는 시간이 길면 건강에 안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강북삼성병원 코호트연구소는 건강검진자 약 13만명을 대상으로 운동량 및 앉아있는 시간과 비알코올성지방간과의 관련성을 연구했다. 예상대로 운동 등 신체활동이 많을수록 지방간이 예방되고 앉아 보내는 시간이 길면 지방간 위험이 높았다.

그런데 적극 운동을 실천하는 그룹에 속한 경우라도 앉아 있는 시간이 10시간 이상인 사람은 앉아있는 시간이 5시간 미만인 그룹에 비해 지방간이 9% 많게 나왔다. 신체활동이 부족하면서 앉아있는 시간이 하루 10시간 이상인 그룹은 신체활동을 하고 5시간 미만으로 앉아있는 그룹에 비해 지방간이 36% 많았다. 즉 신체활동도 안하고 오래 앉아있으면 건강에는 최악인 셈이다.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도 간에 지방이 쌓이는 비알코올성지방간도 간경변을 거쳐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 병원 연구팀은 또 운동량과 상관없이 하루 10시간 이상 앉아있을 경우 5시간 미만 앉아있는 사람에 비해 담석증에 걸릴 위험이 15% 높다는 연구결과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강북삼성병원 코호트연구소 유승호 교수는 “앉아있는 시간이 길수록 지방 대사가 저하되면서 담낭으로 콜레스테롤 배출이 많아져 담석이 증가하는 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신체활동량을 늘리는 것과 함께 앉아서 보내는 시간도 같이 줄이는 노력이 중요함을 보여준다”면서 “하루 앉아있는 시간은 가급적 5시간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근무 중 전화보다는 직접 찾아가서 대화를 나누거나 일하는 중간에라도 가벼운 걷기를 하라고 조언한다. 일상생활에선 한 정거장 전에 버스를 내려 걷는 등의 실천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효과적인 신체활동으로 엘리베이터 이용 대신 계단 걷기가 적극 권장된다. 30분 운동시 칼로리소모량은 산책이 63㎉, 걷기는 120㎉인데 비해 계단 오르기는 무려 221㎉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강북삼성병원은 2014년부터 자체 개발한 계단걷기 애플리케이션(앱) ‘오르GO, 나누GO’를 병원과 학교, 기업, 관공서, 아파트 등 96곳에 보급해 지금까지 11만500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이 병원 방사선사로 일하는 김관희(45)씨는 “2014년부터 15년째 주·야근 근무 전에 앱을 이용해 계단 걷기를 하고 있다”면서 “다리 근력이 좋아졌고 이전 보다 6~7㎏ 빠진 체중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교수는 “계단을 두칸 더 오를 때마다 칼로리 소모량이 0.5㎉씩 증가하고 수명은 0.8초씩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건강증진개발원 조인성 원장 “걷기 실천율 높일 프로그램 보급 계획”

“전 국민의 신체활동 강화를 위해 걷기 실천율을 높이는 캠페인을 구상 중입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조인성(사진) 원장은 14일 “올해는 국민 중심의 건강증진정책이 이행될 수 있도록 모바일 헬스케어서비스 확대, 건강행복지수 개발 등 보다 체감도 높은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소아청소년과 의사 출신인 조 원장은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 등을 지내고 지난해 7월부터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증진개발원장을 맡고 있다.

조 원장은 “국민일보에서 진행하는 ‘새해 건강약속, 이것만은 꼭!’ 시리즈 보도는 연초 작심삼일에 그치기 쉬운 건강생활 실천을 7주간 연속해 독려함으로써 꾸준히 지킬 수 있도록 지지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약속이 작심삼일이 안 되려면 습관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면서 “가족이나 친구, 직장동료 등 주변 사람에게 알리고 새해 다짐 목표를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서 항상 실천하고 있는지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우리 국민의 신체활동실천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이라며 “저조한 걷기 실천율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지방자치단체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신체활동을 장려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마련에도 힘을 쏟겠다고 했다. 현재 관련 법안은 국회에 발의돼 있다. 조 원장은 “신체활동 진작을 유도하는 바우처를 발행하거나 청소년의 경우 봉사활동에 점수를 주듯이 신체활동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울러 “일선 중·고교에서 학교금주사업을 시작하고 올해 4년째인 스마트폰 활용 보건소 모바일헬스케어사업을 보건소 100곳, 참여자 1만2000명으로 확대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 식생활습관의 왜곡을 부른다는 지적을 받는 ‘먹방 방송’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방침이다. 조 원장은 “심화되고 있는 건강수준의 지역·계층간 불평등 해소를 통해 건강형평성 달성도 시급한 해결 과제”라고 말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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