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대란의 불똥이 정부의 ‘탈(脫)원자력발전 정책’으로 튀었다. 탈원전 정책이 국내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 가운데 하나인 화력발전을 더 가동하는 모순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혼란에 휩싸였다.
정말 탈원전이 미세먼지를 부른 것일까. 엄밀하게 따지면 틀렸다. 연간 석탄화력발전 가동량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월별로 보면 사정은 다르다. 14일 한국전력의 ‘전력통계속보’ 최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석탄화력발전의 발전량은 21만9477기가와트시(GWh)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1만7038GWh)보다 2439GWh 늘었다. 월별로는 지난해 1~2월과 7~8월 발전량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이외에는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상 여름과 겨울철 발전량이 늘어나면서 전체 발전량을 끌어올린 것이다.
겨울철에 발전량이 많다는 점도 지난해 상반기까지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석탄화력발전량은 전년 동월 대비 4.1%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 3.7% 늘어난 2017년 11월과 대비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석탄화력발전을 80%만 가동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예비 전력’이 넉넉하기 때문에 사용량을 그만큼 줄여도 문제가 없다. 원전 축소로 석탄화력발전을 더 돌렸다는 주장 자체가 뒤집히는 대목이다.
전력거래소는 “14일 전체 전력 공급량 중 실제 수요를 뺀 전력 예비율은 피크타임에도 20%를 오갔다”고 밝혔다. 겨울철 난방 등으로 전기 사용량은 많은데 원전이 줄어서 석탄화력발전을 늘렸다고 지적하기에는 예비 전력이 넉넉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날씨가 안 추운 탓도 있지만 원전이 없다고 해서 석탄화력발전을 더 땔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를 감안하면 아직 집계되지 않은 지난해 12월 석탄화력발전량도 전년 동월보다 감소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석탄화력발전 출력을 80%로 제한하고 더 낮추지 않은 것도 이유가 있다. 80% 이하로 낮추면 발전소가 아예 꺼지거나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그을음’이 되레 늘어서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