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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백서 ‘한·일,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가치공유’ 표현 없앴다



국방부가 15일 발간한 ‘2018 국방백서’에서 ‘한·일 양국은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돼 있던 부분을 삭제했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군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 조치, 한·일 레이더 갈등 등 악화일로인 한·일 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 국방정책을 담은 2018 국방백서는 제3절 국방교류협력 중 ‘한·일 국방교류협력’에서 ‘한·일 양국은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이웃이자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동반자’라고 규정했다. 직전 판인 2016 국방백서에 ‘한·일 양국은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가치를 공유하고 있으며 동북아 지역은 물론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이웃 국가’라고 쓰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멀어진 표현이다. 국방부는 한·일 관계 내용이 변화한 데 대해 “국방백서는 국가안보전략지침, 외교백서 등을 기초로 작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양국이 기본가치를 공유한다는 표현을 삭제한 것은 일본이 먼저다. 일본 외무성은 홈페이지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소개하던 것을 2015년 3월에 앞부분을 빼고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로만 표현했다.

주변국과의 국방교류협력 강화를 설명하는 순서 역시 2016 국방백서에서 한·일, 한·중, 한·러 순이었다가 이번에 한·중, 한·일, 한·러로 변경됐다. 일본과의 국방 협력을 기술한 부분도 분량이 줄었다. 특히 ‘북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체결했다’는 내용이 삭제됐다. 또 ‘북핵·미사일 위협 등 주요 안보 현안에 대해서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일본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에서 ‘북핵·미사일 위협 등 주요 안보 현안에 대해서는’ 부분이 빠졌다.

이런 가운데 한·일 간 ‘레이더 갈등’은 더 격화되는 양상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싱가포르에서 열린 레이더 갈등 관련 한·일 장성급 협의에 관해 “일본이 스모킹건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군함의 추적레이더(STIR) 주파수를 공개하지 않았고 우리 군함 레이더 정보 전체에 대한 공개를 요구했다”며 “대단히 무례한 요구이고, 사안 해결 의지가 없는 억지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국방부 당국자도 “일본이 저공 위협비행을 할 경우 우리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1967년 첫 발간 이후 23번째이며, 문재인정부에선 처음 발간된 이번 백서에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주적(主敵) 개념이 삭제되는 등 북한 관련 표현이 상당 부분 누그러졌다. 또 지난해 9·19 군사합의 체결 등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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