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에서 3-2로.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3·세계랭킹 25위)이 호주 오픈 첫 경기에서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그랜드슬램 4강까지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던 정현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정현은 15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 파크에서 열린 호주 오픈 남자 단식 1회전에서 브래들리 클란(29·78위)을 만나 3대 2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정현은 초반 2세트를 내주고도 뒷심을 발휘하며 3세트를 내리 따내는 역전극을 펼쳤다. 3시간 37분이나 걸린 혈투였다. 경기장을 찾은 정현의 팬들은 “대~한민국” “정현”을 외치며 그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랭킹이 높은 정현은 이날 경기에서 손쉽게 승리할 것으로 보였지만, 시합은 예상외로 팽팽하게 흘러갔다. 2012년 프로로 데뷔한 후 호주 오픈 본선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던 클란은 강서브로 정현을 괴롭혔다. 클란은 무려 22개의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며 정현(10개)을 압도했다. 상대의 매서운 공격에 당황한 정현은 1, 2세트 연이어 타이 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고, 두 게임 모두 패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도 정현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정현은 3세트에서 클란의 실수를 유도하며 게임 스코어 4-1까지 앞서 나갔다. 지친 클란이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메디컬 타임아웃을 신청해 매트를 깔고 치료를 받기도 했다. 정현은 3, 4세트를 각각 6-3, 6-2로 넉넉하게 이기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운명이 걸린 마지막 세트의 공방은 치열했다. 클란은 끈질기게 따라붙었지만 정현도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정현은 5-4로 앞선 상황에서 클란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정현은 17일 피에르위그 에르베르(28·55위)와 2회전에서 맞붙는다. 정현과의 전적은 1승 1패. 2015년 호주 오픈 예선에서 정현이 2대 0으로 이겼으나 같은 해 윔블던 본선에서는 2대 3으로 패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