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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이흥우] 동물권



세계인권선언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는다고 천명하고 있다. 동물애호론자들은 의식이 있는 동물을 인간 마음대로 학대하는 것은 성차별, 인종차별과 다름없는 종(種)차별이라고 말한다. 동물에게도 보호받기 위한 도덕적 권리, 동물권이 있다는 주장이다. 동물권은 인간 이외의 동물도 고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라는 인식에서 출반한다.

구약성경 민수기에 “너는 소와 나귀를 겨리하여 갈지 말며”(22:10)라는 구절이 있다. 소와 나귀를 한 멍에에 씌워 밭을 갈게 하지 말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동물사랑 정신이 담겨 있다. 함께 멍에를 씌우면 약한 나귀가 소의 힘을 따라가지 못해 나귀만 힘들어지니 그렇게 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이처럼 동물보호 개념은 인간과 동물이 어울려 살면서부터 윤리적 관점에서 다뤄져왔다.

동물권은 이제 단순한 동물보호 차원을 넘어 동물복지로 확장돼 가는 추세다. 미국은 1873년에 식용 동물도 수송 과정에서 사료, 물, 휴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의 동물복지법을 제정했다. 1991년에야 동물복지법도 아닌 동물보호법을 만든 우리나라와 비교된다. 독일은 아예 헌법에 ‘국가는 미래 세대의 관점에서 생명의 자연적 기반과 동물을 보호할 책임을 가진다’고 동물권을 규정하고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대선 후보 중 유일하게 동물권을 10대 공약에 포함시킨 후보가 있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다. 그는 동물복지법을 제정하고,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지 못하도록 민법을 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참여형 공공동물의료보험을 도입하고 공장식 축산방식을 지속가능한 동물복지농장으로 전환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동물권 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 또한 심 의원과 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는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한 민법 98조가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하는가 하면 동물권을 헌법에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유기견 토리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분양하며 동물권 운동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모든 게 위선이고 거짓이었다. ‘안락사 없는 동물보호’ 약속과 달리 200마리가 넘는 유기견을 몰래 안락사시킨 것을 비롯해 비위 의혹이 줄을 잇는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고 했지만 외려 물건보다 하찮게 취급했다. 그의 품에서 개들은 행복했을까.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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