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에는 기온 변동 폭이 유난히 커서 피부 관리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건조한 겨울철에는 어른 피부도 아기 피부 다루듯 해야 한다. 특히 눈과 입술 주위에는 피지선이 덜 발달해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따라서 눈과 입술에 색조화장을 한다면 자극이 덜한 전용 리무버를 이용해 클렌징을 살살 해줘야 한다. 색조화장을 자극 없이 말끔하게 지워줄 전용 리무버, 어떤 브랜드의 제품이 좋은지 국민 컨슈머리포트가 비교, 평가해봤다.
유통 경로별 베스트 제품 평가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눈과 입술 전용 리무버(이하 리무버)를 평가하기 위해 유통경로별로 베스트셀러 제품을 추천받았다. 백화점과 헬스&뷰티 스토어(올리브영), 온라인마켓(11번가)에서 지난 12월 한달 동안 매출 베스트 제품(표 참조)을 추천받았다.
각 유통경로별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을 우선 골랐다. 백화점의 헤라 ‘퓨어 클렌징 리무버’(125㎖ 2만원), 올리브영의 폰즈 ‘클리어 훼이스 스파 립 앤 아이 메이크업 리무버’(120㎖ 9900원), 11번가의 더페이스샵 ‘허브 데이 립 앤 아이 메이크업 리무버 워터프루프’(130㎖ 4880원)를 평가하기로 했다. 이어 베스트셀러 중 최고가인 라프레리 ‘쎌루라 아이메이크업 리무버’(125㎖ 8만6000원)와 최저가인 미샤 ‘퍼펙트 립 앤 아이 메이크업 리무버’(155㎖ 3500원)을 추가했다. 가격은 지난 8일 추천 유통경로별 판매가 기준이다. 라프레리의 경우 아이 메이크업 리무버로 표기돼 있지만 립 리무버로도 쓸 수 있다는 안내를 매장에서 받았다.
세정력 보습력 등 5개 항목 상대평가
리무버 평가는 고진영 애브뉴준오 원장, 김미선 임이석 테마피부과 원장, 김정숙 장안대 뷰티케어과 교수, 최윤정 ‘생활 미용-그동안 화장품을 너무 많이 발랐어’(에프북) 저자(이상 가나다 순)가 맡았다.
브랜드가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했다. 5개 브랜드제품 모두 오일층이 있는 이중 제형이어서 일회용 용기에 옮겨 담는 작업이 까다로웠다. 본 제품의 오일층 비율을 최대한 유지하도록 옮겨 담은 리무버를 지난 10일 평가자들에게 보냈다. 평가는 눈화장과 입술화장 각각의 세정력, 자극정도, 사용 후 당김 정도를 측정한 보습력 4개 항목을 기준으로 했다. 항목별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1차 종합평가를 했다. 이어 제품 성분을 알려주고 평가한 다음 가격을 공개하고 최종평가를 실시했다. 가장 좋은 제품에는 5점, 상대적으로 가장 떨어지는 제품에는 1점을 주는 상대평가로 진행했다.
성분 좋은 국산 제품이 ‘톱’
이번 리무버 평가에선 럭셔리 화장품 중에서도 최고봉으로 꼽히는 라프레리가 망신을 당했다. 1931년 스위스에서 출발한 라프레리는 ‘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는 초럭셔리 화장품이다. 1953년 교황 비오 12세에게 동안(童顔) 케어 트리트먼트를 제공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가격도 그 명성에 걸맞게 매우 비싸다. 이번 평가에선 이름값 몸값이 무색했다. 라프레리의 ‘쎌루라 아이메이크업 리무버’(688원=이하 ㎖당 가격)는 1차 종합평가부터 성분평가, 가격 공개 후 최종평가까지 모두 최하위를 기록했다. 최종평점은 5점 만점(이하 동일)에 1.3점.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26점으로 낙제점이다. 눈화장 세정력은 3.0점으로 비교적 괜찮은 편이었으나 나머지 평가항목은 모두 최저점을 받았다. 입술화장 세정력은 1.5점, 자극정도는 2.0점, 보습력은 2.3점을 받으면서 1차 종합평가(1.8점)에서 최하위를 했다. 성분평가(1.0점)에서는 평가자 전원에게 최하점을 받았다. 페녹시에탄올, 부틸파라벤, 프로필파라벤, 메칠/에칠/부틸파라벤 등 국내 화장품에서 퇴출되고 있는 각종 방부제가 종류별로 들어 있었다. 이밖에 향료도 아쉬운 성분으로 꼽혔다. 가격도 이번 평가 대상 중 최고가로 최저가 제품보다 무려 29배 이상 비쌌던 라프라레리 리무버는 최종평가에서 최하위에 머물렀다. 김미선 원장은 “가격은 비싼 데 성분은 좋지 않고 자극감까지 있어서 가장 아쉬운 제품이었다”고 평했다.
평가자들이 최고의 리무버로 선택한 것은 더페이스샵의 ‘허브 데이 립 앤 아이 메이크업 리무버 워터프루프’(38원). 최종평점은 4.7점. 눈화장(4.0점)과 입술화장(4.5점) 세정력에서 최고점을 각각 받았고 자극정도(3.2점)도 낮은 편이었다. 보습력(2.5점)이 좀 처져 1차 종합평가(4.0점)에선 2위를 했다. 성분평가(4.5점)에서 최고점을 받으면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가격도 합리적이었던 더페이스샵 리무버는 1차 종합평가와 성분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은 헤라 리무버를 따돌리고 최종우승을 차지했다. 고진영 원장은 “세정력도 뛰어난 데다 성분은 물론 가성비도 좋은 제품”이라고 호평했다.
2위는 헤라 ‘퓨어 클렌징 리무버’(160원). 최종평점은 4.0점. 눈화장(3.3점)과 입술화장(4.0점) 세정력 모두 우수했다. 또 평가 대상 중 가장 덜 자극적이었고(4.0점), 보습력(4.2점)도 가장 뛰어났던 헤라 리무버는 1차 종합평가(4.2점)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성분평가(4.5점)에서도 주의할 성분이 거의 없는 것으로 인정받아 1위를 했다. 최종평가에서 낮은 가성비에 발목을 잡혀 1위 자리를 내줬다. 헤라 리무버는 이번 평가 대상 제품 중 두 번째로 비쌌다. 최윤정씨는 “착색이 심한 립스틱도 말끔하게 지워지면서 사용 후 촉촉한 느낌이 있어 좋았다”면서 “가격이 조금 높기는 하지만 성분도 좋아 1등을 주고 싶은 제품”이라고 말했다.
3위는 미샤의 ‘퍼펙트 립 앤 아이 메이크업 리무버’(23원)가 차지했다. 최종평점은 2.7점. 눈화장(1.1점) 세정력은 가장 뒤처졌고, 입술화장 세정력(2.3점)도 좋지 못했다. 자극정도(2.8점)는 보통 수준이었고 보습력(3.2점)은 좋은 편이었지만 세정력이 떨어진 탓에 1차 종합평가(1.8점)에서 최저점을 받았다. 성분평가(2.7점)에선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있는 벤질알코올과 향료, 색소 등이 문제성분으로 지적받았다. 5개의 리무버 중 가장 저렴했던 미샤 리무버는 뛰어난 가성비에 힘입어 최종평가에서 두 계단이나 뛰어올랐다. 김정숙 교수는 “가성비는 뛰어나지만 세정력이 약한 데다 알레르기 주의성분이 함유돼 아쉽다”고 평가했다.
4위는 폰즈의 ‘클리어 훼이스 스파 립 앤 아이 메이크업 리무버’(83원). 최종평점은 2.3점. 눈화장 세정력(3.6점)은 뛰어난 편이었으나 립스틱 세정력(2.7점)은 처지는 편이었다. 자극 정도(3.0점)는 중간 수준이었고, 보습력(2.8점)은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 결과 1차 종합평가(3.2점)에선 3위를 했다. 성분평가(2.3점)에선 방부제인 페녹시에탄올, 벤질알코올, 색소 등이 문제성분으로 지적받으면서 한 계단 내려앉았다. 가격경쟁력도 뛰어난 편은 아니었던 폰즈 리무버는 최종평가에서 위로 치고 올라가지 못했다. 최윤정씨는 “눈과 입술 화장 모두 잘 지워지는 편이었고 눈에 들어가도 따갑지 않아 좋은 데다 가격도 저렴했지만 성분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글·사진=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