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얼굴)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동 8개월 만인 2월 말 다시 만나 담판을 벌인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와 대북 제재 완화를 포함한 미국의 상응조치가 맞교환되는 ‘비핵화 빅딜’은 큰 틀에서 사실상 합의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남은 것은 양측의 마지막 디테일 싸움이다. 북·미는 19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를 조율하는 실무 협상에 돌입했다.
북·미는 ‘트럼프·김영철’ 회동을 통해 2차 북·미 정상회담 2월말 개최에 합의했다. 미국을 방문했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18일 백악관에서 90분간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했다. 김 부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정확한 개최 시점과 장소는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백악관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국을 선정했지만 추후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과의 면담에 대해선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만남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전후로 숙소였던 워싱턴 듀폰서클 호텔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두 차례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1차 회담 50분과 점심식사를 겸한 2차 회담 90분을 합쳐 모두 140분간 의견을 교환했다. 김 부위원장은 19일 오후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하며 2박3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제 공은 실무협상으로 넘어갔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스웨덴 스톡홀름 인근 휴양시설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에서 끝장 조율에 나섰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도 합류해 북·미, 남북 간 다양한 형태의 실무협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두 갈래 길을 앞두고 있다. 역사적인 ‘빅딜’을 이뤄낼지, ‘스몰딜’에 만족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북한의 카드로는 핵 리스트 신고, 영변 핵시설 폐기 또는 동결·불능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이 있다. 미국에는 대북 제재 완화·해제,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 등의 보상책이 있다. 북한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향한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고 미국도 평화체제와 경제발전을 보장하는 통 큰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빅딜의 최대 분수령은 북한이 미국의 제재 완화를 이끌어낼 만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느냐 여부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ICBM 폐기만 추진하고, 미국은 대북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거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대북 제재 예외를 인정하는 낮은 수준의 합의인 스몰딜만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밀고 당기기’만 하다 비핵화 원론만 재확인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없지는 않지만 북·미 정상들이 직접 나서는 만큼 개연성은 희박해 보인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