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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붉은 노을 속 사랑의 실루엣... 청주 겨울빛 감성여행

충북 청주시 상당구 정북동 토성을 찾은 연인이 성벽 위에서 붉은 노을 속 우뚝한 소나무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있다. 추운 겨울에 두드러지는 따스한 풍경이 서정적인 작품을 건지려는 사진작가와 ‘인생샷’을 찍으려는 여행자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전통 한옥과 단장된 정원을 갖춘 ‘운보의 집’.
 
대청호 수몰지역 문화재를 이전한 문의문화재단지.


충북 청주는 옛 정취와 현재를 두루 아우르는 아름다운 여행지다. 최근엔 각종 영화, 드라마 촬영지로도 차별성을 확보했다. 추운 겨울에 두드러지는 따스한 풍경들이 여행자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청주시 북쪽 미호천변 평야 중심에 자리한 정북동 토성(井北洞 土城)은 인생 사진 찍기 좋은 청주의 대표적인 포토존이다. 1999년 10월 28일 대한민국 사적 제415호로 지정된 성곽이다. 국내 토성 중 흔적이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성으로 알려져 있다. 청동기 말기나 원삼국시대인 2∼3세기쯤 처음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성의 위치와 주변 여건에 비춰보면 삼국시대 전·중기에 축성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고, 9세기 말에서 10세기 초에 축조됐다는 설도 있다. 성 안에 주택을 지으며 터를 파는 와중에 돌화살촉과 돌창·돌칼 등의 유물이 출토됐다.

불쑥 솟아있는 토성은 흙담처럼 보인다. 사람 키보다 조금 높게 사방을 두르고 있다. 도로 쪽에서 바라보면 그 형태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표지판에 쓰인 안내문과 구조도를 봐야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성벽의 높이는 3.5∼5.5m, 길이는 155∼185m, 폭이 2m 정도다. 성 밖으로는 방어시설인 해자가 파여 있고 우물터가 남아 있다.

누구나 몇 걸음이면 성벽 위에 올라설 수 있다.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면 넓지 않은 부지 주위를 토성이 사각형 형태로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동서남북에 문터가 일부 남아 있다. 성벽 위에 올라 한 바퀴 돌아보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후백제 때 견훤이 이곳을 창고로 이용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고 한다.

잊힌 토성이지만 주변의 멋스러운 광경에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토성 위 소나무와 들판이 운치 있다. 아름다운 풍경으로 들어가 사색하며 느리게 걷기에 좋다. 소나무 뒤로 붉게 물들이며 지는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해 서정적인 사진을 담으려는 사진작가나 감성적인 연인들이 주로 방문한다. 파란 하늘에 붉은색이 번지면서 성 위에 서 있는 소나무의 실루엣이 한 폭의 묵화를 그려낸다.

그림 속의 주인공은 여행자다. 연인 또는 친구, 가족끼리 성벽 위에 올라 유유히 걷기도 하고 폴짝 뛰면서 ‘인생샷’도 찍는다. 커플들은 애정 표현에도 스스럼이 없다. 우뚝한 소나무가 열렬한 응원을 보내주는 듯하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향하면 대청호를 끼고 있는 문의면이다. 호수는 대전과 충북 청주·보은·옥천에 걸쳐 있다. 1975년 착공해 1980년 공사가 완료되면서 대전·청주 지역의 식수는 물론,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생명의 젖줄이 됐다.

하지만 수몰의 아픔도 배어 있다. 그 아픔이 모여 있는 곳이 문의문화재단지다. 대청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한 지역 문화재, 민가 등 유형·무형 문화재 등이 이전·복원됐다. 대청호 건설로 수몰민의 애잔함이 서린 곳이지만, 역설적으로 대청호를 내려다보는 훌륭한 전망대 역할을 한다.

청원구 내수읍에 ‘운보의 집’이 있다. 우리나라 돈 1만원 권에 등장하는 인자한 세종대왕의 모습을 그린 고 운보 김기창 화백이 생전에 기거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던 곳이다. 운보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문화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전통 한옥 양식을 중심으로 운보미술관, 운보공방, 수석공원, 야외도자기 등이 자리하고 있어 볼거리도 풍부하다.

집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깔끔하게 단장된 정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풍스러운 한옥과 조화를 이룬 정원은 한국의 100대 정원 중 한 곳에 선정됐다. 안채와 행랑채, 정자와 돌담, 연못이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낸다.

지하에 ‘예수의 생애 특별관’이 있다. ‘수태고지’부터 ‘부활’까지 예수생애도 30점 전시돼 있다. 그림에서는 예수와 마리아, 그리고 천사 등이 모두 한복을 입은 우리나라 사람으로 나온다. 운보는 한국전쟁 중인 1952~53년 처가인 전북 군산으로 피난 가서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전쟁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잊기 위해, 이 땅에 평화가 오기를 기원하며 작업에 몰두했다고 전한다.

청각장애를 극복한 운보의 역동적이고 열정적인 삶이 녹아있는 곳이 미술관이다. 입구에는 운보 동상이 있다. 미술관에 전시된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황소, 백두산 천지, 수리, 기러기, 화조도, 누드, 태양을 먹은 새, 문자도, 군마도, 산수도, 모로코, 사냥 등이 있다.

여행메모

토성은 오창IC… ‘운보의 집’은 증평IC
삼겹살 거리에 연탄구이 등 식당 즐비


수도권에서 정북동 토성으로 가려면 중부고속도로 오창나들목이 가깝다. 청주시청 방면으로 가다가 공항대교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한다. 오동분기점을 지나 우회전한 뒤 육교 아래서 좌회전해 1.4㎞쯤 가면 오른쪽에 돌로 된 안내판이 있다. ‘운보의 집’으로 바로 가려면 증평나들목이 편하다.

청주에 갔으면 서문시장 삼겹살 특화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가업인 정육점이나 채소 장사를 하다가 식당을 꾸린 가게 외에 버섯 삼겹살, 연탄구이 등 다양한 삼겹살 식당이 영업 중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청주가 돼지고기를 공물로 바쳤던 곳으로 기록돼 있을 정도로 예부터 삼겹살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간장소스, 파채, 파무침, 파절임 등이 유래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문의면에는 우렁쌈밥정식을 파는 식당이 몇 군데 있다. 돼지불고기에 우렁쌈장·청국장·갈치속젓·쌈채 등 푸짐한 한상이 나온다. 우렁이가 가득 든 쌈장은 쫄깃한 식감과 감칠맛으로 입맛을 유혹한다. 대청호반로의 경희식당은 한우표고버섯전골, 우렁쌈밥정식, 청국장으로 유명하다.

옥종기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장은 “청주는 다양한 관광자원이 있는 곳으로 수도권에서 가볍게 다녀갈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특히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이나 볼거리가 다채로워 겨울방학 가족여행지로 좋다”고 말했다.

청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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