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추위 따위는 단숨에 물리칠 만한 열기다. 무대 위 거침없이 폭발하는 댄서들의 열정이 보는 이마저 달아오르게 만든다. 흥겨운 노래와 역동적인 춤이 어우러진 뮤지컬 ‘플래시댄스’(사진)는 그토록 강렬한 경험을 선사한다.
지난 18일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플래시댄스’는 1983년 개봉한 애드리안 라인 감독의 동명 영화를 무대용으로 탈바꿈시킨 작품이다. 영국 웨스트엔드 오리지널팀이 내한해 원형 그대로의 무대를 선보인다.
스토리 라인은 단순하다. 미국 피츠버그를 배경으로 낮에는 제철공장 용접공, 밤에는 나이트클럽 댄서로 일하는 주인공 알렉스(샬롯 구찌)가 명문 발레스쿨 ‘시플리’ 진학을 꿈꾸며 고단한 현실을 견디는 이야기다. 좌절을 딛고 끝내 목표에 도달하는 여정이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익숙한 멜로디가 몸을 들썩이게 만든다. 주제곡 ‘왓 어 필링(What a Feeling)’을 비롯해 ‘매니악(Maniac)’ ‘아이 러브 로큰롤(I Love Rock and Roll)’ ‘맨 헌트(Man hunt)’ 등 원작에 삽입된 8090세대 명곡들이 주요 넘버로 활용된다. 꿈꾸는 자를 응원하는 가사들은 뭉근한 위로를 준다.
파워풀한 안무에 시종 눈을 뗄 수 없다. 정확한 합으로 이뤄지는 군무의 비중이 높은데, 아크로바틱을 연상케 하는 고난도 동작도 적지 않다. 알렉스 역의 샬롯 구찌가 선보이는 독무는 압도적이다. 특히 천장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펼치는 1막 엔딩신은 영화의 감동을 고스란히 재연한다.
1980년대 분위기를 담다 보니 노래나 춤, 의상, 소품까지 복고풍의 느낌이 강하다. 이 공연이 50대 이상 중장년층 관객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내는 이유다. 다만 현 시대의 정서와 어긋나는 일부 장면은 다소 불쾌함을 준다. 알렉스의 친구 글로리아(시오반 디핀)가 포주의 꾐에 넘어가 클럽 댄서로 일하게 되는 2막 오프닝이 대표적이다. 극 흐름상 꼭 필요한 전개라 할지라도 여성을 상품화하는 행태를 ‘라이브’로 보는 건 영 불편하다.
하이라이트는 커튼콜이다. 허전한 무대장치, 늘어지는 템포 등 공연의 크고 작은 아쉬움을 단번에 날려준다. 공연의 대표곡들을 메들리로 구성한 ‘메가 믹스’로 피날레를 장식하는데, 기립해 노래하고 춤추는 관객들의 얼굴에 만족감이 충만하다. 공연은 다음 달 17일까지. 이후 광주 부산 대구 안동 대전에서 3월까지 이어진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