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좀비’ 국내시장 진격에 시선 집중… 시즌2도 기대감

한국형 좀비물의 가능성을 보여준 넷플릭스 국내 첫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넷플릭스 제공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역병이 번진 조선에서 괴질의 근원과 음모를 파헤치는 왕세자 이창 역을 맡은 주지훈(왼쪽)과 그와 대립하는 실권자 영의정 조학주 역의 류승룡(오른쪽). 넷플릭스 제공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조선 한복판을 헤집는 좀비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지난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국내 첫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이 그 주인공이다.

‘킹덤’은 드라마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와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합심한 작품으로 배우 주지훈 배두나 류승룡 등이 출연해 큰 화제를 모았다. 프롤로그 격인 이번 시즌1 6회분에는 피폐한 조선에 역병이 번지고, 한양에서 반역자로 몰려 조선의 끝으로 간 왕세자 이창이 역병을 둘러싼 음모를 마주하게 되는 과정까지가 담겼다.

먼저 제작비 약 200억원에 걸맞는 뛰어난 영상미가 눈을 사로잡는다. 극은 좀비의 움직임과 흉측한 얼굴, 기괴하게 꺾이는 몸 등을 생생하고 역동적으로 카메라에 담아내면서 좀비물의 그로테스크함을 진하게 담아냈다. 무엇보다 표현의 제약이 적은 넷플릭스란 플랫폼의 이점을 십분 활용했다. ‘19금(禁)’을 택한 제작진은 그간 국내에선 보지 못했던 높은 수위의 장면들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사람의 목이 뎅겅 날아가는 장면이나 죽은 사람의 몸으로 국을 끓여 먹는 백성들에 대한 묘사 등 과감한 시퀀스들이 극 전반을 메웠다.

기존 좀비 영화와 달리 극에 녹아든 날카로운 주제의식도 특별하게 다가온다. 김 작가는 지난 21일 제작발표회에서 “식욕만 남은 좀비에게서 슬픔을 봤다. 기득권층의 부당한 횡포로 헐벗은 시대를 살게 된 이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실제 ‘킹덤’은 자신의 배를 불리는 데 혈안이 된 해원 조씨 일가와 배고픈 백성이라는 두 축을 대비시켜 서사를 풀어나간다. 극은 야욕에 굶주린 자와 먹지 못해 굶주린 백성 중 누가 더 흉측한 괴물인지를 관객에게 묻는다. 여기에 중간중간 반전 요소를 가미해 흥미를 배가했다.

다만 전형적 인물 구성과 일부 배우의 연기는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아직까지 세자의 호위무사 무영(김상호) 등 대다수 인물이 평면적이라는 인상이다. 권세에 눈이 먼 실권자 조학주(류승룡)와 조선의 끝에서 새 나라의 바탕을 그려나가는 이창의 대립도 다소 뻔한 선악 구도의 반복처럼 느껴진다. 아버지 조학주만큼이나 권력욕이 강한 계비 조씨 역을 맡은 김혜준의 연기가 극에 잘 녹아들지 않는다는 점도 몰입감을 줄인 요소가 됐다.

‘킹덤’ 공개 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활발하게 공유된 네티즌들의 감상평은 극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2016년 한국에 상륙한 넷플릭스는 그간 ‘범인은 바로 너!’ ‘YG전자’ 등을 선보이며 국내 콘텐츠 시장 영향력 확대에 집중했다. 야심작 ‘킹덤’은 몇 가지 아쉬운 부분에도 국내 유수의 제작진과 배우들을 대거 출동시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데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김 작가는 “(시즌2에서는) 한양까지 가는 동안 인물들에게 많은 성장과 아픔이 있을 것이다.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기대하고 봐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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