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하든(30·휴스턴 로키츠)이 올 시즌 미국프로농구(NBA) 정규리그에서 폭발적인 득점 행진을 이어가며 2년 연속 최우수선수(MVP) 등극을 노리고 있다. 하든은 상대 수비가 웬만해서 막을 수 없는 수준으로 공격을 퍼붓고 있다. 그의 엄청난 공격력이 빛을 발하면서 교묘하게 상대 반칙을 유도한다는 ‘자유투 논란’도 조금씩 사그라지고 있다.
하든은 29일(한국시간) 현재 경기당 평균 36.3점(전체 1위) 8.2어시스트(전체 3위)로 활약하고 있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평균 30점 이상을 쏟아내고 있는데, 공동 2위인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앤써니 데이비스(뉴올리언스 펠리컨스·이상 29.3점)와도 격차가 크다. 평균 3점슛은 4.9개로 커리(5.2개)에 이어 전체 2위다.
하든은 각종 경이로운 득점 기록을 써내며 NBA 레전드들을 차례로 소환 중이다. 그는 지난 1일 10경기에서 누적 400점 이상을 해낸 선수가 됐다. 이는 은퇴한 마이클 조던과 코비 브라이언트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나온 기록이었다. 지난 28일 올랜도 매직전에서는 40점을 넣어 23경기 연속 30득점 이상 기록(역대 4위)을 달성했다. 부문 1~3위 기록은 1960년대 스타 윌트 체임벌린(65경기·31경기·25경기 연속)이 갖고 있다. 팀 동료 에릭 고든은 “정말 놀랍다. 대단한 스코어러가 많았지만 하든처럼 쉽게 득점하는 선수를 보지 못했다”며 “하든도 NBA 역사에 남을 최고의 스코어러 중 한 명”이라고 추켜세웠다.
하든은 기본적으로 왼손잡이에 돌파 능력이 좋고, 3점슛까지 장착했다. 스텝을 좌우로 밟아 상대를 따돌리는 ‘유로 스텝’, 돌파하다 순식간에 뒤로 물러서는 ‘스텝백’ 등 공격 방향을 급전환하는 기술을 갖췄다. “상대가 붙으면 돌파하고 떨어지면 슛을 쏜다”는 기본개념을 영리하게 이행하면서 동료들에게 어시스트까지 한다. 하든은 “나를 막으려고 2~3명의 상대가 협력 수비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난 동료들의 득점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본다”고 말했다.
‘자유투 괴물’은 하든의 또다른 수식어다. 그는 경기당 평균 10.3개의 자유투를 얻고 있다. 지난 4시즌 동안에도 평균 두 자릿수 자유투를 얻었다. 하든은 다양한 공격옵션을 무기로 상대의 신체접촉을 유발하고, 지능적으로 자유투를 만든다. 그래서 ‘플라핑’(과장된 몸짓으로 심판의 파울콜을 유도하는 행위) 논란은 NBA 어떤 선수보다 많다. 이런 이유로 일부 팬들은 하든의 많은 자유투 득점을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올 시즌의 득점 퍼포먼스는 이 논란을 곁들이더라도 대단하다는 평이다. 서부지구 1위인 골든스테이트의 스티브 커 감독은 지난 5일 휴스턴전에서 패한 뒤 “하든은 게임을 바꾸는 선수”라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