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아이돌(Idol) 모시기’에 푹 빠졌다. 보수적 이미지를 벗고 젊은 고객을 확보하는 데 아이돌그룹이 ‘특효’라는 판단에서다. 최근 전 세계에 불고 있는 K팝 돌풍을 타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우리은행은 인기 걸그룹 블랙핑크와 광고모델 계약을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블랙핑크는 공식 유튜브 계정 구독자가 1820만명에 달하는 글로벌 걸그룹이다. 그간 발표한 6곡의 뮤직비디오는 모두 유튜브 조회수 1억뷰를 돌파했다. 특히 국내뿐 아니라 미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 팬층이 두텁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국내 최대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세계적 은행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은행 이미지와 부합해 모델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아이돌그룹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면서 재미를 톡톡히 봤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인기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과 광고모델 계약을 연장했다. 국민은행은 방탄소년단을 전면에 내세우며 젊은 기업 이미지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6월 국민은행이 출시한 ‘KB X BTS 적금’은 출시 반 년 만에 개설계좌가 18만좌를 돌파했다. 방탄소년단과 함께한 ‘KB스타뱅킹’ 애플리케이션(앱) 광고는 유튜브 등을 통해 1000만 조회수를 돌파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신한은행은 최근 인기 아이돌그룹 ‘워너원’과 광고계약이 끝나면서 후속 모델 선정에 고심 중이다. ‘워너원 효과’는 은행권이 아이돌 마케팅에 눈을 뜬 계기가 됐다. 워너원 멤버의 사진이 들어간 ‘쏠 딥 드림 체크카드’는 출시 전 사전 예약만 5만좌를 돌파했다. 통합 모바일앱 ‘쏠(SOL)’ 가입자 수도 지난해 10월 700만명을 넘어섰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그룹 활동 종료로 계약 연장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아이돌 마케팅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이돌그룹은 젊은 고객이 선호하는 혁신과 도전, 디지털 등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팬층을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은행 이미지도 개선하는 ‘윈-윈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